▶ 김진아 / 쿠알라룸푸르 Young & Rubicam
30대 후반쯤 되고 보니 나이 들어감을 서글퍼하는 친구들이 부쩍 많다. 그리 젊지도, 그렇다고 그리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절실하게 와 닿으면서도,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천천히 가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쉬움만 커져간다. 그런데 시간을 거스르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젊은 신체 나이를 유지할 수도 있고, 보톡스 같은 시술로 젊어 보이는 외모를 만들 수도 있고, 젊은 트렌드를 배워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것들로 내면의 나이를 젊게 할 수 없고, 시간을 천천히 가게 만들 수도 없다.
그런데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 느낄 수 있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두 가지 방법이 최근 어느 기사에 실렸다.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첫 번째는 뇌 과학적 접근이다. 뇌 속에는 시간 감각에 대한 기준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중뇌 선조체에 있는 신경회로다. 이 회로에 가해지는 진동이 시간 감각에 대한 기준으로 작동하는데,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진동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달리 느낀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 더 많은 진동이 가해지면 뇌 속의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감지해서 외부의 시간을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낀다. 그 진동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이다. 그래서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진동 속도가 빨라져 외부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느끼고, 도파민 분비가 줄면 외부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도파민은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나 기분 좋은 보상이 주어질 때 분비된다. 따라서 새로운 자극이나 신나는 일이 줄어드는 나이가 되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론은 심리학적 접근이다. 새롭거나 강렬한 경험은 더 오래 기억하고, 그 경험의 시간을 좀 더 길게 느낀다는 것이다.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간이 비록 1분이라도 그 순간의 아찔한 느낌은 매우 깊이 각인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어릴 적 하루하루가 매일 새로운 순간들로 채워졌던 일상이,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반복일 뿐인 일상이 되는 순간 시간은 빨리 흐르기 시작한다.
위의 두 가지 모두 학문적으로 연구된 내용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 상식적으로 이미 알고 이야기들이다. 도파민이 시간을 감지하는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일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이 인생을 더 길게 더 오래 산다는 것은 과학적인 증명이나 이론 없이도 알 수 있다.
50년을 살아도 백 년 만큼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고, 후회 없이 산 사람이라면 결코 짧은 인생이라 할 수 없을 것이고, 백 년을 살아도 평생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인생을 살았다면 짧은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을 천천히 가게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세상은 존재한다. 누구나 즐거운 일들은 무궁무진하게 찾아낼 수 있다. 타성에 젖어 사는 무기력한 어른이 아닌,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작은 것 하나에도 기쁨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찾아 배워나가는 노력이야말로 보톡스나 젊은 스타일의 옷보다 더 젊게, 더 길게 사는 비법일 것이다.
아까운 시간이다.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려는 욕심을 가져보자. 그것이 인생을 좀 더 오래 산다고 느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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