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 오픈뱅크 청지기상 시상식을 다녀와서
▶ 정구훈 기자 <경제부>
지난 20일 오픈뱅크에서 열린 청지기상 시상식 취재를 다녀왔다. 금융기관 취재를 처음 나간 기자로서는 기도와 간증이 섞인 행사의 생소함과 함께 기독교 청지기 정신의 아쉬움이 가슴 한켠에 남아 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오픈 스튜어트십 프로그램’은 기독교의 청지기 정신을 바탕으로 은행의 세전 수익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신청을 받아 지급하고 있다. 민 김 행장도 “수익 10%를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이사진의 과감한 결정을 고마워했고 스스로 대견해 했다. 이날 시상식은 73개 단체에서 무려 200여명이 참석해 기존에 진행됐던 행사장까지 옮겨가며 성대하게 거행됐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기독교적 청지기 봉사는 하나님을 주인으로 다만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기독교적인 신앙고백이다. 이는 철저히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봉사의 순수성에 기인할 때만이 그 빛을 발하는 법이다. 남을 돕거나 선행을 할 때에 굳이 남에게 알리지 말고 그 하는 일을 나 자신도 모르게 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할 때도 그랬지만 이 날의 행사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하나님의 말씀과는 거리가 있는 듯해서 씁쓸했다. 그들이 진정 감사하다면 오픈뱅크에 감사해야 할까. 그리고 이사진에 감사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지원금을 받는 대부분 단체들은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픈뱅크에 고맙고 감사드린다”를 연발하기에 바빴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단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달라이 라마는 오히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도 모르게 하라’고 설파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스스로 그 한 바를 의식하게 되면 결국 업보가 된다는 말이다.
자화자찬의 분위기 속에 73개 단체에 각각 3,000달러에서 1만달러까지 다양하게 지원금이 지급됐다.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소중한 지원금에 대한 두려움도 엿보였고 설렘도 보였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준다니 받아간다는 다소 쑥스러운 모습도 스쳤다. 그들 중에는 연간 수백만달러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대형 단체도 있고 대기업 산하의 비영리 단체도 있었다. 그들이 3,000달러의 지원금을 받아서 어디에 사용할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우리 주변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단체들이 너무나 많다. 기부는 진정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금이 전달돼야 한다. 오픈뱅크는 청지기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의 순수한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혹시 이 프로그램이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돼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