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학상시상식에 가서 축하 반 부러움 반을 섞어 박수 치다가
상복 없는 시인들끼리 모여 서로서로 시 좋다고 칭찬하다가
문학상은 못 받아도 밥상은 받고 산다는 한 시인 농담에 웃어주다가
밥상이 문학상보다는 수천 배는 값진 것이라고 맞장구치다가
밥은 없고 술만 있는 자리에서 헛배만 채우다가
집에 와서 식구들의 밥상 차린다
일생 가장 많이 한 일이 나 아닌 너를 위해 밥상 차린 일임을 생각하다가
오나가나 들러리밖에 안 되는 신세에 물음을 가져보다가
훌륭한 걸 따지자면 상 받는 일보다 상 차리는 일이라 생각하다가
그래도 한 번쯤 상이든 밥상이든 받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다가
이런 마음이 내가 나를 들러리로 만드는 것이라 반성하다가
이번 생은 그냥 보험만 들다가 가겠구나 생각하다가
밤새도록 나를 쥐었다 놓았다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 문숙 (1961~ ) ‘밥상을 차리며’전문
문학상시상식에 다녀온 화자는 문학상과 밥상 사이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의 진정한 가치는 얼마나 될까? 예술은 예술만큼의 가치가 있고 시는 시만큼의 가치가 있고 상은 상만큼의 가치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생명의 영원한 인프라인 밥상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튼튼하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상은 밥상이 대변하는 삶의 순간순간 속에 있다는 것,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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