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아 / 쿠알라룸푸르 Young & Rubicam
“스마트폰 사용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공부)에 방해가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면 온 세상을 잃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그만해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계속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진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더 즐겁다. 스마트폰을 너무 자주 또는 오래 사용한다고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불평을 들은 적이 있다.”
스마트폰 중독을 자가 테스트 할 수 있는 질문 중 일부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한 두개의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스마트폰 없이 살던 시절엔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스마트폰이 주는 생활의 편리함은 크다. 하지만 동시에 스마트폰 때문에 생기는 폐해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SNS다. 끊임없이 나에 대한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친구들의 소식을 확인한다. SNS의 피곤함을 말하면서도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계정을 가지고 있고 외국에 있는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진이나 글을 올리지는 않는다. 적당히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내 개인 사생활을 미주알고주알 알릴 이유도 없고, 나의 관심사를 모든 사람들과 공유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 누군가 내 생각에 인정과 지지, 공감과 찬사를 보내준다면 고마운 일이겠지만, 시시콜콜 매사에 타인으로부터 그런 것들을 기대하면서 산다는 것 또한 피곤한 일이다.
내게도 150여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있다. 가까운 친구, 오래 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 아주 가끔 안부를 전할 뿐인 친구들도 있다. 그 중 몇 명을 빼고는 지금의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없다. 내가 그들 모두와 내 생활을, 내 생각을 공유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설사 내가 그런다고 해도 그들이 내게 깊이 있는 관심을 가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보통 인간은 타인의 삶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최소한의 관심과 걱정, 위로와 축하가 있을 뿐이다.
1~2년에 한번을 만나도 내 모든 이야기를 서슴없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난 페이스북 친구가 아니다. 하지만 언제 만나도, 나는 그녀를, 그녀는 나를 인정하고 지지하고 응원해 준다. 힘든 이야기도, 슬픈 이야기도 진심으로 나누고 위로한다.
페이스북으로 백번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고 백번 ‘코멘트’를 날려주는 것보다, 한번 만나 서너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교감하는 것이 내겐 더 의미 있고, 그런 친구가 있음에 감사한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에게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그들에게 끊임없이 확인받고자 한다면 스마트폰 중독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구든 배우자든 형제자매든,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적당한 인정과 위로를 위해 적당히 포장된 사생활을 끊임없이 퍼뜨리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를 자기 자신과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이들에게 쏟는다면 좀 더 알차고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기가 어렵다면 그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내 마음 속의 문제는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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