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쟁 중재에서부터 추가요금 부담까지 발 묶인 승객 위한 식사와 호텔예약도
▶ 이륙지연으로 못간 장례식 대신 즉석 추모식, 딸 살해범 죽이러간다는 아버지도 설득 만류
구세군의 소령급 사관 래리 카우퍼가 애틀랜타 공항에서 대기 중인 한 탑승객과 이야기하고 있다.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나와있는 감독교회 소속 도나 모트 목사. 그는 공항직원의 영적 지도 뿐 아니라 길 잃고 헤매는 승객들의 민원도 기꺼이 담당한다.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 무거운 짐과 절망스런 표정으로 지쳐 보이는 한 청년은 비행기를 처음 탄다고 했다.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차 디트로이트로 가는 길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수하물을 무료로 실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고 돈도 부족했다. 탑승객들이 문제에 부딪쳤을 경우 흔히 그렇듯이 애틀랜타공항 직원들은 이 청년을 공항 채플로 보냈다. 종교를 초월한 공항 채플은 스테이크와 맥주를 파는 레스토랑 옆 유리지붕 아래 위치해 있다. 투 아이템 메뉴인 ‘영적 지도와 위로’, 그 이상을 제공하는 곳이다.
구세군의 사관인 래리 카우퍼 참령과 감독교회 소속 도나 모트 목사는 청년의 난처한 상황 설명을 따뜻하게 경청했다. 그리고는 모트 목사가 그를 다시 체크인 카운터로 데리고 가서 공항 채플의 크레딧카드로 그의 수하물 비용을 지불해 주었다.
“우린 말하자면 극단적인 고객 서비스 담당자인 셈이지요”라고 이 공항의 선임 목회자 체스터 쿡 목사는 말한다. 이곳 공항 채플엔 3명의 풀타임 목회자 외에 10개의 각기 다른 종교를 대표하는 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인 애틀랜타 국제공항의 하루 평균 탑승객 수는 22만5000명에 달한다.
항공기 이착륙 지연이 악화되고, 시큐리티 체크 라인이 길어지면서 직원과 승객 모두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목회자들은 공항 로비 곳곳을 돌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없는지 살피고 다닌다.
이들의 업무 영역은 점점 한계가 사라지고 있다 - 티켓 카운터에서 자주 발생하는 언쟁의 중재에서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식사 대접, 발 묶인 승객들 위한 호텔 예약, 돈 없는 승객위한 버스 승차 알선에 이르기까지.
공항목회자들은 공항직원을 보살피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종교적 예배도 계속하고 크고작은 힘든 일에 부딪친 공항 직원들을 위로하고 상담하며 때론 결혼 주례도 한다. 그러나 공항 로비에서의 ‘하나님의 일’엔 점점 거절하기 힘든 세속적 문제 해결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공항 직원들에겐 목회자이고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선한 사마리아인”이라고 카우퍼 사관은 설명한다.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고 가톨릭의 크리스 피아스타 신부도 지적한다. 케네디 공항의 ‘아워 레이디 오브 더 스카이스 채플’을 맡고 있는 그는 공항 목회자가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채플에 가만히 앉아 고통 받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상당수 미국 공항에 성직자들이 상주하고 있지만 그랜트와 기부금으로 유지되는 비영리 재단 후원 하에 채플을 운영하는 애틀랜타 국제공항처럼 규모가 큰 곳은 없다. 쿡 목사 한 사람만 공항 채플에서 봉급을 받고 나머지 두명의 목회자는 그들 소속의 교단에서 봉급을 받고 파견 나와 있다.
지난해 11월, 공항에 파견되지 얼마 안 되어 아직 훈련을 받던 중이었던 모트 목사는 줄줄이 이륙지연을 알리는 전광판을 보다가 직감적으로 이상해 주위를 살폈다. 출구 지역에서 한 여성이 극도의 혼란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장례식을 놓치게 된 그녀는 거의 패닉 상태로 폭발직전이었다.
다가간 모트 목사는 그녀에게 아주머니에 대해 물었고 그녀가 고인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으면서 즉석 추모예배가 열렸으며 상황은 난동 아닌 기도로 마무리되었다.
공항 목회자들은 평화중재자의 역할도 한다. 성난 승객과 항공사 직원 간의 다툼에 끼어든 모트 목사는 승객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시킨 적이 있었는데 “탐승객과의 신체적 접촉을 금지하는 항공사의 규정이 목회자들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탑승대기 줄에 서 있던 한 청년이 걸프렌드를 구타하는 것은 모트 목사도 미리 막지 못했다. 청년은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구치소로 넘겨졌고 모트 목사는 항공사에 부탁해 겁에 질려 떠는 걸프렌드를 다음 항공편에 추가요금 없이 탑승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공항 파견 6년째인 카우퍼 사관은 비극적 상황부터 사소한 일까지 두루두루 경험했다. 동료의 자살에 충격 받은 공항직원들의 상담도 담당했고 유효기간 지난 여권을 들고 온 외국인 승객을 돕기 위해 해당국 영사관에 전화하거나 비행기 티켓에 이름이 잘못된 사람들을 도운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공항으로 기차를 타고 오던 모트 목사는 플로리다의 한 모녀가 많은 짐을 끌고 끙끙 대는 것을 보고 짐을 들어주고 수하물 체크인 카운터로 안내한 후 무사여행을 위한 축도까지 해주었다. 두 모녀의 감사인사는? “우린 길에서 천사를 만났습니다”카우퍼 사관은 어느 날 퇴근 후 셀폰으로 온 전화를 받았다. 공항 게이트의 직원이 한 탑승객을 바꿔주었다. “난 지금 한 사람을 죽이러 갑니다”라고 승객은 말했다. 카우퍼 사관은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자신의 딸을 살해한 범인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는데 분개한 이 아버지는 자기 손으로 응징하려고 결심한 것이었다. 경청과 설득 끝에 그는 “고맙습니다. 사관님의 말씀이 내게 다시 생각할 계기가 되었습니다”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그후 몇 주 동안 보복살인 뉴스는 들려오지 않았다.
공항과 목회자들의 파트너십이 정착되어 있는 유럽과 달리 미국에선 공항 측에선 그저 채플의 공간을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것도 동부와 중부에서 일 뿐 서부에선 주요 공항에도 채플이나 공항 상주 목회자가 없다. 최근 암스테르담에서 회의를 가진 국제 민간항공 목회자협회는 이번 여름 컨벤션의 주제를 공항 목회자에 대한 홍보로 선정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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