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이라는 입춘(立春)과 눈과 얼음 대신 비와 물을 보이는 우수(雨水)가 지났다.
한국에서는 지난주부터 수 십 년 만에 처음이라는 폭설이 영동과 동해안 남부지역에 여러 날 쏟아져 내렸다. 이곳 경주에도 모처럼 큰 눈을 맞았다. 미국 동부의 폭설 상황도 심각한 줄 안다.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자연의 변화와 재해에는 야속하여도 원망을 할 수 없지만, 여수와 부산의 기름유출사건은 인재로 보이고, 재발방지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자연과 인간을 막론하고, 농어민 등의 피해주민에게는 위로를, 군경을 포함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의 피해복구참여자들에게는 감사와 치하를 보내고 싶다.
설이 지난 지가 어느덧 보름, 정월 대보름달을 보며 어린 시절의 달맞이와 불놀이 추억에 감회가 새로웠다. 학회 모임에 참석차 서울에 다녀오면서,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서너시간 동안 창밖으로 보름달을 올려보며, 세월의 흐름에 항상한 것과 무상한 것들의 공존 및 과거와 현실의 혼합 속에 만감이 교차되었다. 서울로 갈 때는 KTX를 타고 “플랭크스타인”을 보았으며, 과천에 가서는 신운(神韻)을 감상하고, 서울에서는 “변호인”을 관람하였다. 서양영화를 통해서는 현대과학과 기술의 반영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와 한계 및 지성과 감성의 특성을 새삼 느껴볼 수 있었다.
중국예술단 공연을 통해서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걸친 중국의 5,000여년에 걸친 음악과 무용 및 복식 등의 문화사적 전통과 풍모를 감상할 수 있었다. 1천만여명이 관람한 한국의 영화를 통해서는 1980년대의 사회상황과 노무현 전대통령의 민권변호사 역할을 돌아보며, 비정상적인 정권과 민주화를 위한 대중들의 관심 및 호응을 공감해 볼 수 있었다. 세상과 소통하고 인심을 짐작하기 위해서는 영화와 실연 등의 대중예술 감상도 필요함을 새삼 체험하는 계기였다.
음력 정월 보름은 선불교수행자들에게는 나름대로 특별한 날이다. 겨울안거를 마치고 만행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석달 동안 선원에서 참선수행에 정진하다가, 오는 사월 보름까지 긴장했던 몸을 자유롭게 추스르고, 마음의 스승을 찾아 그동안의 공부를 점검하며, 회향과 봉사의 기회도 갖고, 새로운 안거를 준비하기도 한다. 운수납자(雲水納子)로서 천지와 허공 사이를 구름처럼 물처럼 바람따라 인연따라 머물다 움직이며, 집착없이 걸림없이 수행자의 길을 걷는다. 사회 학교체제에 견주어 보면, 납자들에겐 이제 방학기간이 시작인데, 필자는 이제 보름 앞으로 닥아 온 봄학기 강좌의 개학준비에 분주하다 보니, 사반세기전의 납자시절이 그리움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누구나 일과 쉼의 조화처럼, 학문과 수행도 중도의 묘를 살려 건강하게 성취하는 보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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