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과 20일 오전. LA에서도, 서울에서도 한국인들은 손을 놓고 한 곳에 집중했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은반 위의 여왕’ 김연아 선수의 생애 마지막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금메달에 대한 온 국민의 염원과 피겨스케이트를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의 기대까지, 그녀의 가냘픈 어깨에 짊어진 짐들을 생각하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시작되고, 고난도의 테크닉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있는 연기로 승화되었다. 스포츠 경기라고만은 할 수 없는 아름다운 한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 했다. 피땀 흘려가며 악착같이 노력했을 그녀의 지난 시간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무한불성(無汗不成)’ 이란 말이 있다. 땀 흘리지 않고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시간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음악은 스포츠와 많이 닮았다. 수많은 시간동안 같은 동작 하나를 몸에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스포츠 선수들처럼, 음악인들도 같은 곡, 같은 마디를 수백 수천 번씩 반복하며 연습한다.
조금 더 감동적인 무대, 조금 더 아름다운 선율을 위해서다. 하지만 공연이든 콩쿠르 무대든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긴장감이 밀려와 제 실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음악도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흔히 음악 경연대회를 ‘콩쿠르’라 하는데, 그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다. ‘콘’은 ‘함께’ ‘쿠르세’는 ‘뛴다’라는 뜻으로 ‘콘쿠르’는 본래 스포츠 경기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것이 예술에 전용되어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무용 등 각 예술분야의 경연대회를 가리키는 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스포츠가 됐든 예술분야가 됐든 ‘콘쿠르’라는 단어는 결국 ‘땀’의 의미를 중시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 역시 굳게 믿고 있다.
최근 몇 개의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에 8-9시간 동안 참가자들의 연주를 듣고 심사평을 쓰곤 했다. 그때마다 땀 흘려 열심히 연습한 참가자들을 보게 되고, 그들의 노력에 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어리지만 신중한 자세로 연주하는 그들을 볼 때면 음악에 대한 열정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연주가 조금 서툴러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나는 박수를 보낸다.
국제 콩쿠르나 올림픽 같은 경기는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각 나라를 대표해서 서로 경쟁하여서 우열을 가리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이 도전하는 로컬 콩쿠르나 스포츠 게임은 도전과 성취감에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노력’과 ‘땀’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피겨 스케이팅의 쇼트 프로그램은 2분 50초, 프리 스케이팅은 4분 10초다. 이 몇 분의 무대를 위해 그녀들은 얼음판 위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넘어지고 다치고 부상을 이겨낸 뒤 다시 무대 위에 올라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며 점프를 하고 스핀을 선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에 따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최선을 다해 마지막 경기를 치른 김연아 선수에서부터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땀 흘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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