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두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통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아마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신경림(1936- ) ‘떠도는 자의 노래’ 전문
오만과 독선을 버린 시가 아름다운 시라고 신경림 시인은 말한다. 이 시에서 말하는 ‘무엇을 두고 온 듯’ 마음을 끄는 장소, 외진 별정 우체국이나 간이역 혹은 쓰레기통이 널린 저잣거리는 모두 인간적인 곳이다. 오만과 독선과 권력에서 먼 곳이다. 이처럼 낮고 가난한 곳에서 그는 무엇을 찾으려는 것일까. 아마도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영혼을 찾아 저토록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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