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저한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어요. 가끔 만나서 밥도 두세번 먹었는데 좀처럼 마음을 드러내지 않아서 헛갈려요.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건지, 저한테 관심이 없는 건지…”

10년 아래인 여자 후배의 이야기다. 한창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또 헤어지며 아픔을 겪고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해나가는 시기. 그런 만큼 마음 졸일 일도, 속상한 일도, 행복한 일도, 힘든 일도 많을 나이. 여러 정황상 서로 관심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후배는 그 사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오랜만에 연락한 학창시절 친구.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그에게 가끔 연애하느냐고 농담반 진담반 묻곤 한다. 며칠 전 친구가 한 말.

“소개팅이고 뭐고 이젠 안 할란다. 사람을 작정하고 만난다고 만나지는 것도 아니고, 혼자 지내는 게 불편하지도 않고. 이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처음부터 알아가기도 버겁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여도 이 정도 나이에 어떤 과거가 있는지 다 알기도 어려우니 완전한 믿음 같은 건 생기지도 않을 거고. 진짜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은 만나기 힘들 것 같아. 이제 혼자 살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가볍게 물어본 질문에 많은 생각이 담긴 대답이 돌아온다. 20대 중후반 대부분의 여성이 한창 연애하고 결혼하느라 바쁠 때, 그녀는 애써 연애를 위해 사람을 찾아다니지 않았다. 퇴근 후 살사 댄스를 열심히 배웠고, 방송통신대학에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서른 후반으로 치닫는 나이가 된 그녀에게는 혼자인 것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보다 훨씬 편안한 것이 되어버렸다.

다 때가 있다. 어른들이 하던 그 말에 반발하던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고, 진정한 인연을 50,60대에 만날 수도 있다고 믿었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살고, 조금 더 경험하고 보니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노년에 공부를 할 수는 있지만 10대 20대처럼 왕성하게 지식을 습득하고 체화하기는 어렵다. 50대에 인생의 반쪽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20대 30대 젊은 시절의 모험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일엔 다 때가 있다. 공부도 연애도 결혼도 일도. 그리고 그 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나면 다시는 그 때만큼의 열정과 가능성을 지닐 수 없다. 60세에 대학을 졸업할 수는 있지만, 그 졸업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20대 초반에 졸업한 친구에 비하면 훨씬 적을 것이다. 40대의 연애가 20대의 연애와 다르지 않을 수는 있지만, 40대에 20대처럼 밀고 당기며 연애를 한다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을 때, 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이 있을 때 충분히 해보는 것. 그것이 10년 20년 지나 인생을 돌아볼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후배에게 내 친구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보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고백하지 않으면, 평생 짝사랑만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진짜 사랑이 그 사람이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다. 다음 사랑을 찾을 때 지금의 시간이 큰 도움이 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