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7년 북미 대륙에 처음 세워진 영국 식민지인 제임스타운 이주자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고대했던 황금은 나오지 않고 추위와 굶주림, 인디언들의 공격으로 주민의 절반이 한 해를 못 넘기고 사망했다.
폐허로 변하게 된 이 마을을 살린 것은 담배였다. 제임스타운이 위치한 버지니아 일대는 담배를 기르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인디언에게 담배 재배법을 배운 주민들은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때마침 유럽에서 불기 시작한 담배 열풍은 제임스타운의 생명선이었다. 담배 재배자의 하나인 존 롤프는 인디언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와 결혼했고 왕실 초청으로 영국까지 방문해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담배를 환영한 것은 아니다.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나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전임자인 엘리자벳 여왕보다 한참 떨어져 “기독교 국가 내에서 가장 똑똑한 바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제임스 1세는 담배를 특히 싫어했다. 그는 “눈에도, 코에도, 뇌에도, 폐에도 해롭고 지옥에서처럼 검은 연기를 뿜는 담배”를 지탄했다. 그럼에도 담배는 300여 년 동안 전 세계로 퍼지며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기호품의 하나가 됐다.
미국에서 흡연의 해악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964년에 나온 연방 보건국의 보고서다. 보건국은 담배에 수많은 발암 물질이 들어 있음을 밝혀냈다. 이들은 암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심장과 혈관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당뇨, 고혈압, 뇌졸중 등 성인병 치고 담배가 악화시키거나 유발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배의 해악이 널리 알려진 후에도 사람들은 계속 담배를 피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니코틴 성분이 중독성이 강하기도 하지만 담배 회사들의 교묘한 선전 때문으로 그 대표적인 것이 소위 ‘말보로 맨’이다. 필립 모리스는 카우보이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멋지게 연출해 낸 광고로 마치 말보로 담배를 피워야 진정한 남자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그 말보로 맨 모델로 나왔던 에릭 로슨이 올 초 폐질환으로 사망했다. 향년 72세. 그는 죽기 전 금연 캠페인에 앞장섰으면서도 끝내 담배를 끊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역시 말보로 맨으로 나왔던 광고 모델 3명이 역시 폐암 등 폐질환으로 이미 죽었다. 그중 하나인 웨인 맥라렌은 1992년 51세에 폐암으로 죽었는데 죽기 전 “담배만은 피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폐암 환자의 90%는 흡연자다. 역시 말보로 맨이었던 데이빗 백린의 미망인은 담배 회사가 강제로 많은 양의 담배를 피게 했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1998년 주 검찰총장들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 합의를 받아내고서야 말보로 맨 광고는 사라졌다.
올해는 연방 보건국이 담배의 해악을 경고한 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올해 담배 하나만은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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