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 살면서 편한 것은 날씨이다. 특별히 춥지도 덥지도 않고 늘 온화하니 날씨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단 하나 불편한 시기를 꼽자면 겨울철 우기이다. 11월말 ~ 2월말 비가 내리면 프리웨이는 주차장으로 변하고 출퇴근 시간은 평소의 2~3배로 늘어난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출퇴근 불편도 거의 없다. 비 구경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이다. 가뭄이 여간 심각하지가 않다. LA의 경우 1월 평균 강우량은 3.12 인치. 하지만 올 1월에는 아직 한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지난 100년 간 1월에 한번도 비가 내리지 않은 해는 1948년, 1972년, 1976년, 2003년 4번뿐이라고 한다.
겨울이면 내려야 할 비가 내리지 않으니 애가 타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농장주들. 중가주의 광활한 농장들은 올해 농사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근심이 태산이다. 물 걱정 때문에 이미 농사 규모를 줄인 농장들도 있다. 지금처럼 가뭄이 계속되면 프레스노 카운티의 광활한 농지 중 20만 에이커는 작물재배를 하지 않고 그냥 놀려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은 규모의 농장주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이다. 몇 년 전부터 남가주 한인들 사이에서는 투자 겸 은퇴준비 겸 농장운영이 인기를 끌었다. 주말에 시골로 들어가 농사를 지으면 재미도 있고 건강에도 좋으며 부수입도 올릴 수 있어 일석삼조라는 것이다.
특히 한인들이 좋아하는 매실이며 체리 등 과실수를 심어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하는데 문제는 올겨울처럼 하늘이 도와주지 않을 때이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 값 감당이 안 된다. 비싼 돈 들여 수백 그루씩 심어놓은 나무들을 말라 죽게 할 수는 없고 물을 주자니 돈이 너무 들고 … 속이 바작바작 타들어 가기 마련이다. “돈도 돈이지만 일정량 이상 물을 쓰면 시에서 경고장이 날아드는 게 더 문제”라고 한 주말 농장주는 말한다.
반면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겨울이 고마운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세차장 업주들이다. LA 교외지역에서 10여년째 세차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매일 해가 나와 주니 이런 축복이 없다”고 말한다.
“몇 년전에는 11월부터 5달 동안 계속 비가 내렸어요. 비가 와서 세차장 문을 닫아도 건물 월세며 관리비 같은 운영비는 그대로 나가지요. 그렇게 6개월 지나니 30만 달러가 날아가더군요.”올 겨울은 또 어떻게 넘기나 걱정했는데 매일 해가 쨍쨍 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그는 말한다.
앞으로 캘리포니아의 날씨가 농장주를 웃게 할지 세차장 업주를 웃게 할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번 가뭄이 1976년과 77년의 대가뭄에 버금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장기 가뭄은 서부해안 상공을 덮고 있는 거대한 고기압 층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공에서 폭풍우 시스템이 형성되어도 두터운 고기압 층이 딱 가로막고 있어서 지상으로 내리치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지난 17일 가뭄경보를 내리면서 물 사용량을 줄여달라고 당부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 되는 한 장차 가뭄이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70년대 대가뭄 때처럼 샤워시간이며 변기 물 내리는 것까지 제한받을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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