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구가 한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노라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 드라마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경제력 차이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재력과 관계없이 삶의 모양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의 생각과 그 능력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라는 주제로 서로의 생각들을 주고받았다.
약 일 년 전부터 새로운 만남이 잦은 일을 하고 있다. 이전에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시작해야하는 일인 만큼, 그들의 표정을 읽으려는 노력을 하게 될 때가 많다.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지, 기다림에 관대한 사람인지 등을 알아내기 위해 그들의 눈과 입가를 관심 있게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품게 되는 선입견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다. 까다롭고 고집스런 입매가 인상적인 사람들과, 가벼운 인사에도 쉬이 웃음으로 화답해주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많이 달랐다. 같은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다른 단어들을 찾는 일이 잦았고, 상대에 따라 설명이 길고 장황해지거나 반대로 짧고 단호해지기도 했다.
사람 대하는 기술이라면 기술이랄 수 있는 이런 스스로의 변화를 ‘성장 혹은 성숙’이라고 생각했던 같다. 하지만 길지 않은 인생경험으로 사람의 부류를 나누고 그에 걸맞은 태도로 대한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사회에 몸담고, 그 사회가 주장하고 강요하는 가치들에 휩싸여 사는 삶이 과연 얼마나 크게 다를 수 있을까. 결국 일 년 남짓 배운 교훈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비슷한 일에 행복해하고 서운해 하더란 거였다. 그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모양이 제각각일 뿐.
복잡한 사고는 종종 세련됨으로 치부된다. 모든 상황에서 저의와 이면을 고려하는 삶이 실수와 시행착오를 얼마간 줄이기는 하겠지만, 반면 다양한 잣대들이 인생의 많은 돌발적 즐거움을 재단해 낼 것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인간관계뿐이 아니다. 프랑스 출신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는 신간 <심플하게 산다>에서 “우리 문화는 심플한 삶을 선택한 이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소비사회에는 그런 사람들이 해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플하게 사는 사람들을 주변인 내지는 불안한 개체로 취급한다”며, 현대사회 전반에 걸쳐 암묵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자아 소비’와 그로인해 마음의 평온함을 상실해버린 현대인들에 대한 연민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심플하게 사는 것은 검소하면서도 현명하고 우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며, 심플한 삶은 ‘충분하다’라는 마법과 같은 단어로 요약된다. 충분하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기준도 달라진다.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사람에게 결코 충분함이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목이 마르다며 바닷물을 들이키는’ 어리석은 행위와 비교할 때가 많다. 수시로 소비되는 자아의 허전함을, 오히려 그 정도를 가중시킬 헛된 욕망과 열심으로 채우려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말 행복이 ‘사랑’처럼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우주적이고 근원적인 가치들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 대화나 반응이 한층 더 가볍고 단순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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