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한인타운에 대형 찜질방들이 생기면서 찜질방이 미주한인들의 생활 속에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말마다 노모를 모시고 사우나나 찜질방을 찾는 딸들이 있는가하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들이 삼아 찜질방에 가는 아빠도 있다. 주말에 잠 좀 푹 자고 싶은 데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보채면 찜질방만큼 편리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중년의 한 여고동창 그룹은 한 달에 한번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는‘2차’로 찜질방에 자주 간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친구들끼리 누워서 수다 떠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두런두런 속내 이야기들을 털어내고 나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간다.
이들이 낮 동안의 찜질방 이용객이라면 밤중에만 오는 이용객들도 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음주운전 피하려는 남성들이다. 회식이나 친구들 모임에서 과음을 하고 나면 운전이 문제다. 안전하기로는 동시픽업이 최선이지만 집이 멀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사우나에서 몇 시간 보낸 후 맑은 정신으로 귀가하려는 취객들이 한밤중에 사우나를 찾는다.
LA에서 60마일 떨어진 교외지역에 사는 사업가 L씨는 한달에 두어번은 사우나를 이용한다. 사업차 LA에서 약속이 있을 때면 업무를 끝낸 후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것이 그의 즐거움이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나면 택시를 타고 인근 사우나로 간다. 한잠 자고 샤워하면 술도 깨고 기분도 상쾌해져서 가볍게 집으로 향할 수가 있다.
LA 자바시장으로 물건 하러 오는 타주의 상인들이나 배낭 여행족도 찜질방 단골손님들이다. 모텔의 하룻밤 숙박료가 거의 100달러씩 하니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20달러 내외로 입장 가능한 사우나나 찜질방은 하룻밤 눈 붙이기에 안성맞춤의 숙박시설이다.
찜질방은 노숙자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50대 후반의 한 남성은 몇해 전 사업이 망하면서 상당기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이면 자동차에서 잠을 잤는데 몸이 아프거나 날이 너무 추울 때면 찜질방을 찾았다. 따끈한 물에 목욕하고 따뜻한 실내에서 잠을 자고 나면 몸이 한결 가벼워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맨 정신에 사우나에서 자기는 어렵다”는 귀띔도 있다. 회사원 K씨는 3년 전 어머니가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사우나를 두어번 이용했다. ‘24시간 대기하라’는 의사의 지시로 집에 가지 못하고 병원에 머물던 중 몸이 너무 힘들면 근처 사우나에 갔다.
“잠시 눈 좀 붙이려고 갔지만 옆에서 코고는 사람, 누군가와 통화하느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 술 취해서 떠드는 청년들 … 잠자기가 쉽지는 않더군요.”온갖 사람들 다 모여들다 보니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도난 사고에 성추행 잡음 등이다. 지난 10일에는 50대 한인남성이 LA 한인타운의 한 사우나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과음과 관련된 심장마비가 사인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찜질방은 남녀노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고, 누구나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한인사회만의 독특한 공간이다. 업소 측은 좀 더 꼼꼼하게 관리하고 이용객들은 좀 더 남을 배려함으로써 밝고 건전한 이미지가 보존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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