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처음 생명이 탄생한 곳은 바다라는 게 정설이다. 탄생 시기는 지금부터 대략 36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그 후 30억 년 가까운 세월을 단세포 생물 같은 단순한 구조로 존재하다 약 5억여 전 갑자기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생물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때를 ‘캄브리아 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 부른다.
지금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도 근본을 따져 보면 바다에서 왔다. 만물의 영장을 자부하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어서 태아의 생성 과정을 보면 지금은 아무 쓸모없는 아가미가 등장했다 사라진다. 피의 염도가 바닷물의 염도와 일치하는 것도 인류의 조상이 바다에서 왔음을 알리는 유력한 증거다.
드물게도 육지에 살다 바다로 돌아간 동물도 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고래다. 생물학자들은 지금부터 5,000만 년 전 지금 하마의 조상인 동물이 바다로 들어가 진화한 것이 지금의 고래로 보고 있다. 고래와 하마는 먼 친척인 셈이다.
넓디넓은 바다에서 웅장함을 자랑하며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도 한 때 멸종 위기에 처할 뻔 했다. 전기가 없던 시절 고래에서 뽑은 기름은 호롱불을 밝혀주는 주 연료였다. 이 기름 때문에 고래는 무차별 남획됐고 20세기 들어서만 수백만 마리가 사망했다.
다 죽어가던 고래를 살린 것은 석유였다. 석유에서 정제된 등유가 널리 보급되면서 고래 기름 수요는 급속히 줄어들었고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입김이 강해지면 1986년에는 고래 포획을 대대적으로 규제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이로 인해 요즘은 고래 인구가 급증하면서 고래들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남가주 앞 바다로 나가면 그 실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2월 겨울철을 맞아 북극에서 멕시코 만까지 남쪽으로 남하하며 남가주 앞바다를 지나가는 고래 수가 전년에 비해 2배가 늘었다 한다. 랜초 팔로스 버디스의 고래 관측 자원 봉사자들에 따르면 12월 한 달 동안 이곳을 지나간 고래 수는 364 마리로 2012년 같은 기간 182 마리에 비해 꼭 2배가 늘었다.
이같은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드시 고래 수가 늘었다고 볼 수만은 없고 날씨가 좋아 관측 회 수가 증가한 것도 한 원인으로 보고 있으나 고래가 호시절을 누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팔로스 버디스 언덕 위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보려면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롱비치 항에서 고래 유람선을 타고 한 시간 정도 나가면 물에서 뛰노는 고래를 근접해 볼 수 있다. 100% 개런티는 없지만 익숙한 항해사들은 거의 대부분 고래가 있는 곳을 잘도 찾아낸다. 이 배를 따라 다니며 재롱을 떠는 돌고래 무리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대자연이 준 귀한 선물인 고래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은 남가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특권이다. 이번 주말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 번 아이들과 구래 구경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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