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도소 사목 등 수록 ‘시간에 묻힌 사제의 삶’(2) 출간
▶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신혼부부 살인범 교화”
“저의 사제 생활 전반을 통해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일은 첫날밤의 신혼부부를 살해한 사형수 서석황을 신앙을 갖도록 교화 시킨 일입니다”샌프란시스코 대교구 소속으로 사목을 하다가 은퇴한 정광영 안토니오 신부(76)는 지나간 사제로서의 삶을 회고해 볼 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사건은 첫날밤을 지내던 허 대위부부를 살해한 사형수 서석황을 교도소 사목을 통해 교화 시킨 일이라고 말한다.
1971년 대구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정광영 신부는 대구 인근 월배성당 사목을 하면서 1972년 11월부터 경북교도소 사목을 했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교도소에서 사목을 하던 그는 교도소장의 사형수 서석황에 대한 의뢰로 사형수 교화에 나서게 됐다. 교도소장이 부산 영도의 모 호텔에 투숙한 신혼부부의 방에 침입해 그들을 한꺼번에 살해한 서석황이 성격이 사납고 거칠어 특별 교화가 필요하다 하여 요청한 것이다. 살해당한 남자는 현역 육군 대위였는데 이들 신혼부부 살해사건은 ‘허대위 살해사건’으로 당시 모든 매체에 대서특필 되었으며 범인은 사건 6개월 만에 검거되어 사형집행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 신부는 행복한 삶을 꿈꾸던 신혼 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한 극악 무도한 범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고 행패를 부리지나 않을까 두렵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막상 만난 서석황은 순한 인상을 가진 잘 생긴 청년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교도소 사목이 본당 사목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한 정 신부는 서석황에 대한 본격 교화에 나서 세례성사(스테파노)를 받게 하는 등 믿음의 뿌리를 내리도록 인도했다. 그래서 1974년 2월 서석황이 사형집행을 받던 날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며 ‘주님의 나라에 먼저 가겠다”는 인사에 주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셨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것. 정 신부는 서석황(스테파노)이 두눈을 기증하는 등 장한 모습에 한없는 존경과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형수 서석황에 대한 이와 같은 교화 내용은 정 신부가 최근 서울의 가톨릭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간에 묻힌 한 사제의 삶’(2)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 이 책에는 서석황 이외 사형을 당한 2명의 간첩에 대한 이야기도 싣고 있다. 정 신부가 낸 이번 책에는 사제가 되기 위한 신학대학교 생활과 1979년까지 한국에서의 사목했던 기억을 글로 적고 있다. 산마테오의 은퇴사제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 신부는 “평생 잘 가꾸어 온 신앙을 끝까지 잘 보존하는 길은 글쓰기에 있다”면서 글을 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정 신부는 그간 11권의 책을 낸 바 있으며 내년 중순에 ‘사제의 삶’ 3권을 낼 계획으로 있다. 이현택 주교는 “정 신부의 인생역정을 담은 글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묵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바로 하느님 사랑의 역사임을 느꼈다”고 한번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있다.
저자 정광영 안토니오 신부 연락처 (650)678-1189.
<손수락 기자>
정광영 신부가 사제관에서 저서 ‘시간에 묻힌 한 사제의 삶’(2)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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