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올림픽 대로가 시끌벅적하다. 알록달록 청사초롱 줄지은 서울국제공원 주변으로 왁자지껄 몰려드는 발걸음, 기분 좋은 부대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친다. 올해로 40회를 맞은 LA 한인축제가 시작되었다. 미주 한인 ‘우리의 축제’이다.
이민의 삶에서 ‘우리의 축제’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첫째는 공동체로서의 결속력을 다지는 기회이다. 미주한인이 200만이라고 하지만 미국 전체 인구로 보면 여전히 소수 중의 소수이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우리는 소수계로서의 자신을 수시로 확인한다. 삶의 현장에 낱알처럼 흩어져 사는 우리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공동체로서의 힘을 발견하고 뿌듯한 자긍심에 젖어보는 기회이다.
둘째, ‘축제’는 미주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기회이다. 우리 고유의 춤과 음악, 먹거리의 풍성한 향연은 1세들에게 정서적 귀향의 감동을, 2세들에게는 민족적 뿌리교육의 체험을 제공한다. 이번 주말 자녀들의 손을 잡고 축제의 장으로 나가야 할 이유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함께 하는 생생한 산교육의 경험은 머릿속에 각인돼 평생을 가는 법이다. 자녀들은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탄탄하게 뿌리 내리게 될 것이다.
셋째, ‘우리의 축제’는 이웃 타민족과의 나눔의 기회이다.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문화와 전통을 타민족들에게 알리고 나누는 데 이 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한국 드라마, 한국 배우들, ‘강남스타일’ 등 한국 대중음악의 인기는 민족적 울타리를 넘어선지 오래다. ‘한류’에 환호하는 타민족들에게 한인축제는 한국의 고유 전통과 문화를 보다 폭넓게 선보일 기회이다. 타민족 친구들을 초청해 같이 어울리고 같이 먹고 같이 즐긴다면 축제의 의미는 배가할 것이다. 마침 올해 한인축제의 주제는 ‘어울림’이다.
올해도 돌아보면 바쁘고 고단한 삶이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와 숨 막히는 더위로 짜증나고 갑갑한 날들이 많았다. 서늘해진 가을의 길목에서 축제가 우리를 부른다. 힘겨웠던 삶 잠시 내려놓고 마음껏 웃어보라고, 마음껏 즐겨보라고 한다. 잔치가 주는 설렘과 흥분, 흥겨움을 통해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은 요긴한 삶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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