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도박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주로 중년층 문제였던 도박은 이제 젊은이들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7일 LA 한인타운에서 슬롯머신까지 갖추고 불법 영업을 해 온 사설 도박장 수 곳이 당국에 적발됐다. 도박장이 민가로까지 파고들었다는 사실은 도박이 한인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에 적발된 도박장들은 주로 노인들이 출입해 온 업소들이다.
단속현장에서 일부 한인노인들이 기자들에게 털어놓은 푸념에서 노인도박의 원인과 문제점이 드러난다. 몇 몇 노인들은 “도박을 통해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우리 같은 노인들이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겠느냐. 몸이 좋지 않아 카지노 버스를 타기도 힘들다”며 경찰의 단속을 오히려 못마땅해 했다. 불법 도박장들은 ‘사랑방’이라는 속칭으로 불려왔다. 이 말에서 노인들이 이런 업소들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라이선스도 없이 슬롯머신까지 설치해 영업하는 불법 행위는 강력히 단속해야 마땅하다. 또 노인들이 정부에서 받는 생활비를 노리는 도박조장 영업은 빈곤층 노인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근절시켜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국의 단속만으로 과연 이런 불법 행위들이 뿌리 뽑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인들의 도박은 노년의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마땅히 할 일도, 대화할 상대도 없는 노인들은 이런 유혹이 쉽게 빠지게 된다. 공급측면에서 도박장들을 아무리 단속해도 노인들이 도박을 가까이 하도록 만드는 원인측면에서 대책이 서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인타운에 노인들을 위한 공간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면 도박 등 외로움으로 인한 일탈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노인도박에 대해 혀를 차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커뮤니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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