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 대선 직전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공개된 ‘백년 전쟁’이란 다큐멘터리가 있다. 내용은 지난 100년간 한국 역사는 친일파와 독립파 간의 싸움이었으며 한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경제 개발의 주역 박정희는 모두 친일파의 대표고 박정희가 이룩했다는 경제 발전도 사실은 모두 미국이 짜준 시나리오대로 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왕권이 지엄하던 시절 20대의 청년 이승만이 왕정 폐지와 민주 공화 정부 설립을 주장하다 끌려가 곤장 100대를 맞고 죽다 살아난 이야기와 고종도 그런 이승만의 실력을 인정해 조선 독립을 지켜줄 것을 호소하는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파견, 그가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을 만난 이야기는 물론 실려 있지 않다.
오로지 그가 하와이 갱단 두목으로 어떻게 나쁜 짓만 골라 했으며 독립 자금으로 백인 여성과 놀러 다녔는가 하는 이야기뿐이다. 그 중에서도 압권인 것은 그와 20대 한인 여성 김 노디와의 불륜 스토리다. 이 동영상에 따르면 이승만은 김 노디와 같이 기차 여행을 하다 인신매매를 금지하기 위해 친척이 아닌 여성과 타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은 ‘맨 법’에 걸려 기소된 후 재판을 받았으나 유력 인사들에 청탁을 해 가까스로 풀려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민국 자료에 따르면 이승만은 이 여성과 기차에서 우연히 만났을 뿐이며 조사 결과 잘못이 없어 무혐의로 풀려난 것으로 돼 있다. 이 동영상에 나타난 이승만과 김 노디의 머그샷도 모두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정도면 오류가 아니라 날조고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소설이라 봐야 한다. 독립 운동가들도 바보가 아닐 진데 이처럼 부도덕한 인물을 어떻게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했겠는가.
박정희 부분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경제 원조를 해주고 개발 계획을 짜준 나라가 하나둘이 아닌데 어째서 한국만 지금처럼 발전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이런 왜곡에 가득 찬 한국 현대사 다큐멘터리가 제작됐을 때 한국 역사학계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일부 학자는 이 동영상에 출연해 왜곡에 일조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한국에서는 교학사가 펴낸 한국어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7개 한국어 교과서 필자 등 ‘진보’ 진영은 이 교과서가 오류와 왜곡에 가득 차 있다며 폐기를 촉구하느라 난리다. 교학서 측은 살해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가 하면 교과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질 조짐이 있다며 한 때 발간 포기도 고려했을 정도다. 폐기 촉구자들 중 일부는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기 전부터 이 교과서가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유관순은 여자 깡패”로 묘사했다며 공격했다. 이 교과서에 그런 내용이 실려 있지 않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역사학계는 지금까지 좌파 사학자들이 절대 권력을 누려왔다. 교학사 교과서는 한국 현대사를 그나마 공정한 시각에서 보려는 작은 시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아예 싹부터 자르겠다고 나온 것이다. ‘백년 전쟁’과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한국 사학계가 이념적으로 얼마나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지 뚜렷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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