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영혼의 땅
티베트에도 거지가 있다
사원이나 찻집마다 따라 붙는다
티벳사람들, 주머니가 궁해도
이승의 공덕을 쌓게 해주어 고맙다고
거지를 후하게 대한다
시인살이 하루 작파하고 누워
거지같은 생각을 한다
지상에서 가장 높은 거지마을에도
가난한 별빛이 내리겠지
거지노릇 마친 그들과 둘러앉아
지폐를 세고 있겠지
우습다
벼랑 끝 시를 밀고 있는
이, 거지같은 사랑
이영식 (2000년‘문학사상’으로 등단)
‘거지같은 날’ 전문.
척박한 눈의 나라 티벳.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걸인을 박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세를 위한 공덕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거지를 후대하는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다. 그런 곳에 내리는 별빛은 세상 어느 곳보다 빛난다. 화자는 상상 속에서 티벳의 거지가 되어 그들과 함께 가난한 밤을 맞는다. 한 푼 보태주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닿아있으니 이것도 사랑은 사랑일 터이다. 실속 없는 이 사랑도 이승의 공덕을 쌓는 일에 조금은 보탬이 될지 않을까 싶다.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