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고는 3개월 다닌 게 전부이면서 전축부터, 영사기, 전구까지 인간의 삶을 바꿔 놓은 ‘발명왕’ 에디슨의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위인 전집에도 꼭 들어 있고 스토리가 너무나 극적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신문 배달을 하고 밤에는 기차 한 칸을 빌려 화학 실험을 하다 불을 내 쫓겨나면서 차장한테 귀를 얻어맞아 귀머거리가 된 이야기 등등.
그러나 이는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에디슨의 일방적 주장인데다 나중에 그는 귀를 얻어맞은 것이 아니라 귀를 심하게 잡혀 끌려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에디슨의 청력 상실은 그가 어려서 앓은 열병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그는 위대한 발명가였을 뿐 아니라 뛰어난 프로모터였고 훌륭한 사업가였다. 그가 세운 여러 회사의 하나인 제너럴 일렉트릭은 한 때 기업 가치가 세계 최고였을 뿐 아니라 100년이 넘도록 다우존스 산업 지수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
우리 시대에 그와 필적할 수 있는 인물은 단 하나밖에는 없을 것 같다.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그 사람이다. 대학 한 학기 다니는 둥 마는 둥 한 것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한 때 빈 콜라 캔을 주워 모아 용돈을 벌고 홈리스를 위한 무료 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기도 했지만 애플을 창업해 죽기 직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놨다.
그가 위대한 것은 단지 훌륭한 기업가여서가 아니라 애플 컴퓨터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달아 발명하며 과거 에디슨이 한 것처럼 보통 사람의 일상생활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그와 한 때 경쟁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아직까지 미국 최고 부자일지는 모르나 21세기 디지털 혁명 기여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잡스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잡스는 위대한 발명가에 기업가였을 뿐 아니라 천부적인 프로모터였다. 애플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그가 직접 터틀넥 셔츠를 입고 나와 보여준 설명회에서의 퍼포먼스는 ‘비즈니스 업계의 락 컨서트’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 이유는 그의 타고난 재능도 재능이지만 무대 장식에서 조명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작은 디테일도 직접 챙기고 자연스럽게 보이기까지 끝없는 연습을 되풀이 한 후 나오는 그의 광적인 꼼꼼함 덕이었다.
그러나 그가 가고 난 후는 사정이 달라졌다. 락 컨서트가 아니라 하품만 나오는 강연회로 바뀐 것이다. 애플은 10일 본사가 있는 북가주 쿠퍼티노에서 신형 아이폰 5S와 염가폰 5C를 공개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다음날인 11일 애플 주가는 장중 한 때 5%나 폭락했다. 새 제품은 구형에 비해 별로 내세울 게 없고 염가폰은 기대했던 것만큼 싸지 않아 이에 대한 수요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오는 10월 5일이면 잡스가 세상을 뜬 지 벌써 2년이 된다. 그 동안 곧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던 애플 주가는 한 때 400달러 선까지 추락했었다. 천재는 날이면 날마다 나오지는 않는 모양이다. 애플의 앞날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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