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날은 월요일이다. 주말을 신나게 혹은 한갓지게 보내고 난 후 일요일 저녁쯤 되면 대개 ‘증상’이 나타난다. 기분이 슬슬 가라앉기 시작하다가 월요일 아침이면 바닥을 친다. 직장일과 관련한 각종 스트레스가 몰려들기 때문이다. 특히 직속 상사와 사이가 나쁘면 출근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그런데 최근 월요일보다 화요일을 더 싫어하는 직장인들이 생겼다.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 바이의 직원들이다. 이들에게 화요일은 ‘공포의 날’이다. 금년 초 대대적 혁신 계획을 발표한 베스트 바이가 그 일환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화요일을 택해 해고통지를 하기 때문이다.
미네소타, 리치필드에 본사가 있는 베스트 바이는 한때 본사 직원이 9,000명에 달했지만 근년 경영이 악화하면서 5,000명 정도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계속 사람을 줄이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한꺼번에 대규모로 감원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조금씩 계속 감원을 하는 것이다. 한번에 20명 내외를 거의 매주 감원하는데 그날이 바로 화요일이다.
그러니 화요일만 되면 회사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꽁꽁 얼어붙을 지경. 동료들이 여기서 한명, 저기서 한명 사라지기가 여러 주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누가 화장실 가느라 자리를 비워도 “또 감원 당했나?”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감원이 한동안 붐을 이뤘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실직자가 되어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해고 통지는 받는 사람 못지않게 하는 사람도 괴로운 일. 그래서 나온 것이 해고하기 좋은 날, 다시 말해 고통이 덜한 날은 어느 요일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가장 자주 꼽히는 날은 금요일이다. 금요일에 해고를 하면 해당자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퇴근해 주말을 맞으니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사무실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금요일 해고는 너무 잔인하다는 의견도 있다. 모두가 쉬는 주말인 만큼 해당자는 같이 의논하고 따질 대상도 없이 혼자 속 끓이며 고통 받게 된다는 것이다. ‘왜 하필 나?’ 하며 분노하고 지난 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또 짚어보느라 밤을 하얗게 새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주말 지나 첫 출근하는 월요일 해고 역시 잔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주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자세로 출근했다가 느닷없이 해고 통지를 받으면 완전히 뒤통수 맞는 기분이 된다. “이럴 거면 차라리 금요일에 해고하지 그랬느냐?”는 원망들이 터져 나온다.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주중 해고이다. 주중에 해고를 당하면 곧바로 법적자문이나 개인적 충고를 구할 수 있고 즉시 새 일자리를 알아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 바이의 화요일 해고에는 아마도 이런 ‘배려’가 담겨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고당하고 실직자로 내몰리는 데 좀 나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어느 날이 나을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악어의 눈물’일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