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계곡에 살던 사내아이 둘이 강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다가 지쳐서 근처의 거대한 바위 위에 벌렁 누웠다. 산들산들 바람은 불고 햇볕은 따스했다. 스르르 잠이 든 소년들은 깊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바위가 서서히 솟아올라도 아이들은 알지 못했다. 바위는 계속 위로 솟아 하늘에 닿고 아이들은 달이 얼굴을 스쳐도 모른 채 잠들어 있었다.
부족 마을에서는 야단이 났다. 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보다 못한 동물들이 회의를 열었다. 하늘 꼭대기 바위 위에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데려오기로 했다. 동물들은 저마다 있는 힘을 다해 높이 뛰어올라 봤지만 바위는 너무 높았다. 생쥐도 뛰고, 너구리도, 회색 곰도, 사자도 뛰었지만 모두 엉덩방아만 찧었다.
그때였다. 작은 자벌레가 바위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벌레는 밤낮으로 오르고 또 올랐다. 마침내 바위 꼭대기에 닿은 자벌레는 그 위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 지상으로 안전하게 데리고 내려왔다. 그래서 그 바위에 붙은 이름이‘투토카눌라’이다. 인디언 부족 미워크의 말로 자벌레라는 뜻이다.
그것을 훗날 그 계곡에 들어온 백인들이 엘 카피탄으로 부르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거대한 암봉, 엘 카피탄에는 이런 동화 같은 전설이 얽혀 있다. 요세미티가 속한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단층면을 경계로 지층이 치솟아 형성된 사실을 고려하면 일리가 있는 전설이다.
옐로우 스톤, 그랜드 캐년과 더불어 미 서부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립공원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10여 일째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방문객들이 주로 찾는 요세미티 밸리로 부터는 20여마일 떨어진 곳이어서 노동절 연휴 캠핑에는 지장이 없지만 산불의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거센 불길이 200피트나 되는 높은 불의 장벽을 이루며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최소한 15만 에이커를 태웠다. LA를 중심으로 베벌리힐스, 글렌데일, 패사디나 등지를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대부분 깊은 산속의 국유림 지역이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피해가 없지 않다. 서쪽 부분 2만1,000에이커가 잿더미가 되었다.
요세미티에 대형 산불이 난 것은 26년 전인 1987년이었다. 당시 산불을 진화한 후 수백만달러를 들여서 수천 에이커에 걸쳐 묘목을 심었는데 그것들이 자라서 지금 산불을 확산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울창한 삼림에는 자연 발생적인 산불이 일어나곤 한다. 자잘한 산불이 정기적으로 삼림을 휩쓸면서 죽은 나무, 마른 관목들을 태워버리며 청소를 한다. 이렇게 청소가 되면 대형 산불의 위험이 예방된다고 한다.
이같은 질서를 흩트려 놓은 것이 벌목과 진화작업이다. 벌목으로 베어지는 나무들은 주로 오래된 나무들. 이들 고목은 웬만한 산불에도 잘 견딘다. 그런데 불에 버티는 나무들이 오랜 벌목으로 줄어들었으니 산불이 났다 하면 마구 확산되는 것이다.
아울러 산불이 나면 탈 것은 모두 타버려야 하는데 사람들이 섣불리 불을 끄면서 후환이 되고 있다. 덜 탄 관목들이 다시 자라나 훗날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자연은 자연의 질서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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