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국에서의 운명이 좌우된다고들 한다. 나에게 첫 친절을 베푼 사람, 내가 미국에서 아는 유일한 사람, 나의 미국생활 정착에 관해 정보를 주는 사람, 바로 그 사람에 의해 미국생활이 보통 결정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누군가 미국에 처음 정착할 때 그의 친척이 리커스토어 같은 조그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 역시 친척의 정보와 충고에 의해 비슷한 사업을 시작할 확률이 클 것이다. 공항에서 자신을 픽업해 준 친구가 부동산 에이전트였다면, 어쩌면 집으로 향하는 그 차안에서 본인은 이미 부동산 에이전트 공부를 결심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정보와 환경에 근거해 삶을 판단하고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의 공통된 한계와 범하기 쉬운 실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통된 한계란,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인 것임에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로 부터 얻는 정보가 가장 손쉽게 빨리 얻을 수 있는 정보여서 편리함이 있지만, 그것이 내 인생 앞에 놓인 백 가지 선택 중 두 세가지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른다. 좀 더 스스로 알아보고 조사해서 비교해 보기 보다는 주변의 제한적 정보에 의존하여 나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선택을 내리는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미국에 이민 와서 십년을 넘긴 사람들이 지금의 미국에 대한 상식과 지식을 가지고 다시 본인의 커리어를 선택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십년 전 내린 결정과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첫 번째 한계에서 우리는 바로 두 번째 실수를 범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정보의 제한적 선택이라는 한계를 깨달은 지금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내리는 용기나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삶은 조금 더 나아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쩌면 십년 전과 똑같은 선택을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가 십년 전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이상하게 현재 그 선택에 머물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한번 들어선 길에서 쉽사리 방향을 바꾸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결국 제한된 정보라는 첫번째 한계에서 두번째 그 선택과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실수로 이어지는 것이고, 그래서 보통‘박스 안의 라이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에 와서 큰 사기를 두번이나 당했다는 분을 며칠 전 만났다. 나 자신을 포함해 주변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분이 없었기 때문에 그 분을 만난 경험은 생경하기도 하고 그만큼 충격적이기도 했다.
만약 그 분이 당시 자신에게 제공된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첫 번째 사기 피해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혹은 그 이후 자신의 선택의 한계를 알고 빨리 방향을 바꿨더라면 두 번째 사기 피해는 막았을 지도 모른다.
결국 잘못된 박스에 들어갔더라도 박스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삶이었다면 그 분의 인생이 많이 달라졌을 거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갇혀 있는 박스를 한번씩 점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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