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더 이상 지구 온난화를 의심하기는 불가능하다. 길거리에 나서면 몇 분 되지 않아 땀이 줄줄 흐른다. 관공서에 들어가면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었던 것은 옛날이야기다. 전력난으로 청와대부터 에어콘을 틀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바깥보다 더 덥다. 30도 넘는 찜통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공무원들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장마가 끝난 8월 초부터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0도 이하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 밤에도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구, 김해, 밀양, 울산 등지에는 37도에서 40도에 이르는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웃 나라는 더 하다. 상하이 등 중국 남부와 도쿄 등 일본 일부는 낮에는 43도까지 치솟고 밤에도 30도가 넘는 끔찍한 더위가 대지를 뒤덮고 있다. 노인들도 여럿 죽었다. 동토의 땅 그린랜드는 7월 말 섭씨 25.9도를 기록, 60년 만에 최고를, 러시아 북극권은 30도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제일 더운 데스밸리도 지난 6월 사상 최고인 화씨 129도(섭씨 54도)를 기록한 바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높아 해수면이 높아지는 바람에 연안 도시들이 가라앉고 태풍이 빈발해지며 건조한 곳은 더 마르고 비가 오는 지역은 더 많이 오는 등 각종 자연 재해가 일어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로 인해 덕을 보는 일도 보고되고 있다. 너무 추워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그린랜드 일부 지역이 이제는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로 따뜻해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광대한 시베리아와 캐나다의 버려진 땅도 옥토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각국은 북극권 항로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에서 유럽 로테르담까지 인도양을 거쳐 가는 기존 항로를 이용하면 2만km를 가야하지만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7,000km가 줄어들어 수송 기간을 열흘 단축시킬 수 있다. 한국은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아라온 호를 최근 급파했다.
기온이 오르고 대기에 탄소가 풍부해지면서 이를 먹고 사는 식물들도 쑥쑥 자라고 있다. UC 버클리와 훔볼트 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가주의 명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레드우드와 가장 덩치가 큰 세코이아 모두 70년대 이후 지난 2,00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샘플 수집과 나이테 조사 결과 레드우드는 328년, 세코이아는 474년부터 성장 속도를 관측할 수 있었는데 둘 다 요즘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 나무의 탄소 함유량은 사상 최고로 온실 개스를 감축시키는데 효자 노릇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온의 급속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온난화가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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