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의 다이닝 룸에서 오션 비치가 멀찌감치 보입니다. 아침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늦은 오후 해질 무렵이면 노을이 서쪽 하늘을 온통 물들이며 쓰러지는 모습이 황홀할 정도로 장관입니다.
요즘 같은 때는 노을 보다는 안개가 몰려 다니는 밤풍경을 더 자주 보게 되는데 그것 역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나름의 운치가 있습니다. 거리의 모든 분주한 움직임과 소리와 속도가 안개에 덮히고 고요와 정적이 세상에 내려 앉은 듯, 지상은 안개 속에서 훨씬 조용하고 차분해 보입니다. 매일 바라보는 바닷 쪽의 하늘, 매일 맞이 하는 밤 풍경이지만 어느 하루 같은 풍경을 본 적이 없습니다.
세상의 풍경은 매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매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호사를 실컷 누리며 창문 앞에 잠자코 서있을 때가 있습니다. 잠시나마 생각을 놓고 그 순간 너무나 신비한 삶의 한 장면을 마주보고 있노라면 내 삶에 새로운 경이가 느껴집니다. 우리 삶에는 알고 보면 숨겨진 선물이 많습니다. 사실은 숨겨진 것도 아니고 늘 함께 있으나 우리가 바라보지 못하고 지나쳐갈 따름입니다.
주로 삶의 다음 순간을 생각하거나 지나간 순간을 떠올리느라 소중하게 빛나는 이 순간을 습관적으로 지나쳐 갑니다. 그러나 남보다 빨리 앞을 향해 달려나가서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나이를 먹고 지난날 열심히 살았노라 회상하고자 우리가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장면을 살아치우고 다음 장면으로 서둘러 넘어가 또 살아치우고..그렇게 살면 사는 것의 의미와 재미가 사라지고 맙니다. 삶이란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것입니다. 매 순간 살아가는 것이므로 매 순간이 소중한 것입니다. 노을지는 바닷가의 풍경과 하늘 색도 똑같은 날이 없듯, 우리의 하루 하루도 조금씩 다르게 물들고, 우리라는 존재도 노을로 물들 하늘처럼 매일 달라져가는 변화와 신비의 존재인 것입니다. 그 변화는 매일 일어나는 일인데도 우리는 관성의 삶을 살아가며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눈을 감고 이 순간이 주는 선물을 놓친 채 살아갑니다.
엄밀하게 말하여, 우리는 지금 이 순간외의 다른 어떤 순간도 살 수는 없습니다. 훗날 저기가 아닌 지금 여기만이 우리가 온전히 살 수 있는 절대의 자리라는 것이 이 삶의 진실입니다. 삶이라는 것은 막연한 시간의 조합이 아닌 이 순간들이 만나 하루를 이루고 한달을 이루고 일년을 이루고 평생이라는 삶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므로 훗날 저기에 꽃이 피게 하려거든 지금 여기 핀 꽃을 돌보아야 합니다. 오늘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 못하고, 오늘의 선물을 받지 못하고 먼 내일을 기약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삶의 기술은 무엇일까요?생각해보면 다른게 아니라 오늘 하루를 잘 살고, 이 순간의 기쁨을 알아차리는 것이 큰 능력입니다. 하루를 들여다 보면 우리의 삶이 오늘에 다 녹아져 있습니다. 내일 나를 변화시키고 싶은자, 오늘을 잘 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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