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김광식 교수,‘대각사상’ 논문 통해
▶ 정체성 등 종정제도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
2011년 12월, 대한불교조계종 제13대 종정(임기는 2012년 3월 시작)으로 진제 스님이 추대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한 네티즌이 인터넷 다음의 궁금증 풀이코너에 ‘종정과 총무원장?’이란 제목으로 이런 질문을 올렸다.
“조계종 종정은 무엇이고, 총무원장은 뭡니까? 혹시, 종정은 임기가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 교황과 같은 것이며, 총무원장은 UN 사무총장과 같이 임기가 있는 것입니까?”답이 여럿 달렸다. 몇몇 장난성 답글이나 불교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무지가 담긴 것을 빼고는 대개 비슷했다. 종정은 종단의 상징적 최고어른, 총무원장은 행정적 최고책임자. 바로 그 즈음 한국일보 이대현 논설위원이 지평선 코너에 “종정과 법어”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에서도 종정과 총무원장의 관계가 간단명료하게 언급된다.
“종정(宗正)은 조계종단의 최고 정신적 지도자이다. 승려로서의 나이인 법랍(法臘) 40세를 넘어야 하고, 덕이 있고 원만해야 한다. 원로회의에서 추대하며 임기는 5년이다. 종단의 ‘큰 어른’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실권은 없다. 종무행정권이 총무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내각중심제와 비슷하다. 한때는 종정이 종권까지 가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계종은 여러 차례 내분을 겪었다. 세속권력이 개입하는 치욕도 당했고, 종정이 해임되거나 추대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한 역할 분담으로 불교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는 불상사는 없어졌다…(하략)”칼럼에서 지적됐듯, 종정과 총무원장의 ‘확실한 역할분담’ 덕분에 종정의 ‘세속적(종무행정적) 끗발’이 거의 없어진 만큼 종무행정을 둘러싼 갖가지 잡음에 휩싸일 가능성 또한 거의 없어졌다. 대신 종정에 대한 신비감은 높아졌다. 신성시 경향까지 짚혀질 정도다. 이런 가운데 동국대 김광식 연구교수가 종정제도의 문제점을 정리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교수는 불교논문집 ‘대각사상’ 제19집을 통해서다. 다음은 관련기사 요약이다.
고중세기에 불교를 대표하는 승려는 왕사(王師) 또는 국사(國師)였다. 조선시대를 거쳐 한국 근대불교사에서 종정이라는 개념이 최초로 등장한 건 1902년이다. 그해 제정된 국내사찰현행세칙에 지금의 종정과 유사한 승직인 교정(敎正)의 임무에 관한 규정이 나온다. 좌교정과 우교정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면서 전국의 승려와 사찰을 관리하도록 했다.
1941년에는 조선불교 조계종의 총본사인 태고사법이 인가됐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종정은 이전의 교정이나 종정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불교를 대표하는 1인의 고승으로서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비구승과 대처승 간의 갈등을 거쳐 1962년 등장한 통합종단에서는 종정 직위를 둘러싼 갈등이 두 가지 측면에서 일어난다.
첫째는 종정 권한의 확대를 통해 불교의 전통 가치를 구현하려는 세력과 행정적 효율성을 통해 불교 중흥 및 발전을 꾀하는 세력 간의 갈등이다. 또 종정, 총무원장 간 종권 갈등의 배후에서 종정의 권한을 활용하려는 문중, 문도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1980년 10•27 법난으로 과도적인 종권을 넘겨받은 정화중흥회의는 종헌을 개정해 원로회의 권한을 강화한다. 중앙종회에서 추대하던 종정 선출 제도를 고쳐 원로회의에 추대권을 준 것이다. 또 종정에게서 종단 대표의 성격을 배제하고, 신성을 상징하는 대상자로 규정했다. 결과적으로 총무원장 권한을 확대한 셈이다.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들어 총무원장이 종단의 실무책임자가 되면서 종정의 위상은 상징성을 갖는 대표적 고승으로 정립돼 갔다. 1994년 종단 개혁 이후에는 종정의 실무적, 행정적 역할이 거의 축소된 반면 원로회의의 종권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김 교수는 "종정 제도 초기에는 종단의 대표성과 조직관리 책임자 성격이 함께 주어졌지만, 실무 행정책임자인 총무원장과 대립하면서 종정의 성격은 상징성, 신비형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드러난 종정 제도의 문제점을 3가지로 요약한다. 우선 정체성의 문제다. 조계종의 경우 종단 정체성을 선불교(간화선)에 초점을 두느냐 아니면 종합불교나 원융불교, 통불교로 보느냐에 따라 누가 종정을 맡을지 달라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조계종은 원융불교, 통불교임을 내세우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선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고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종정의 역할 문제다. 지금까지는 조직관리형, 대표형, 지도자형, 상징형이 혼재했다. 종단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후의 버팀목인지, 종단 문제와 모순을 해소하는 마지막 해결자인지 엇갈린다. 또 상징적 존재에 머물 것인지, 대표성도 갖는 것인지도 의견이 나뉜다. 최근에는 조계종의 대표는 종정이 맡고, 총무원장은 법률상 대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셋째는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고 종통 승계 대상인 종정을 과연 대중들이 불신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종정이 종권 갈등이나 비상사태 등에 연루돼 퇴진하는 일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종정과 관련한 문제는 조계종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27개 종단이 가입해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260여개 종단이 난립해 있어 그만큼의 종정이 존재한다"며 "종정제는 근현대 한국불교사나 승단 조직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