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여름더위가 한풀 꺾이는 듯하다. 세월은 쏜살같아 곧 계절이 바뀔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 ‘철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사람이 ‘철들어 간다’는 말도 한다. 계절이 바뀌어 나이가 들어감을 깨닫고 연륜에 걸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함일 것이다.
행동의 많은 부분은 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침묵은 금이라지만 말이 없으면 무뚝뚝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때에 맞는 적절한 말은 소금과 같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잘한 말보다는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이 떠올라 후회할 때가 많다. 주위에 말을 참 잘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들을 깊이 관찰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
예를 들면 인사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셸이 그중 한명이다. 간단하지만 기분 좋은 인사말은 힘을 솟구치게 한다.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인사를 들으면 그 한마디가 여러 잡념에서 깨어나게 한다. 그래서 나도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좋아 보이십니다”라고 하든가 때로 “하나님이 축복하시기를…”하고 인사를 하면 상대방의 굳어있던 얼굴이 환하게 펴지고 나도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
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듣지 못해서 실수를 많이 한다. 아내가 뭔가 이야기를 꺼내면 “아, 그것은…”하는 말부터 튀어나오는데, 거의 대부분 아내는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한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로렌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들어준다. 부드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면서 이야기에 집중한다. 중간 중간에“예, 그러시군요”라고 화답을 함으로써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가끔은 간단한 질문을 한다. 그런 질문을 들으면 “내 말을 확실하게 이해했군”하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무실에서 오래 일하고 있는 매니저 조이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낮은 톤으로 조용히 이야기한다. 누군가“선생님, 문제가 생겼는 데요”하면 나는 큰 목소리에 하이 톤이 되지만 그녀는 낮은 목소리를 잘 유지한다. 조이스가 천천히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면 흥분하던 상대방도 마음이 가라앉아 사태를 더 잘 이해하곤 한다.
종종 어려운 일을 부탁받아도 그는 절대로 “안 돼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매니저답게“알아보겠습니다” 혹은 “노력해보죠”라고 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병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잘못된 부분을 우선 지적하게 되곤 한다. 많은 경우 환자의 기분만 상하게 하고 효과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잘한 부분을 칭찬하고 성공한 다른 케이스들을 예로 들었을 때 더 효과적이었던 경험이 기억난다.
노부부는 대개 병원에 같이 온다. 예를 들어 부인이 먼저 진찰을 받으면 옆에 계신 남편이 나에게 고자질을 한다.
“이 사람은 운동을 전혀 안하고, 처방약도 잘 안 먹습니다. 따끔하게 야단 좀 쳐주세요.” 이어 남편의 진찰이 시작되면 이번에는 부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이야기한다.
“(이 이는) 음식을 조절하지 않고 좋지 않은 것을 너무 먹어요. 운동도 말이 운동이지 … 그러니 당뇨가 잡히겠어요?”다음 번, 그 다음 번 진찰 때도 부부의 이야기는 똑같이 반복된다. 누군가 잘못을 지적해 준다고 해서 그걸 받아들이고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건강관리를 잘하는 분들의 대화는 내용이 다르다. “제가 아내를 데리고 나가 매일 한시간씩 걷습니다”라고 남편이 말하면, 부인은 “제가 매일 아침 과일야채즙을 갈아서 둘이 한잔씩 나눕니다”한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리 관심을 표현해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 말은 철이 안든 잔소리가 된다. 행동은 따뜻하고 말은 사려 깊어지라고, 그래서 철이 들라고, 계절은 바뀌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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