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아 광고전략가 쿠알라룸푸르 Young & Rubicam
“매일매일 10분 활용법”“하루 15분이면 인생이 바뀐다”자기계발서 책 제목 같아 보인다. 입시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영어 단어가 빼곡히 적힌 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않고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공부를 해야했던 고등학교 시절. 직장 다니며 유학준비를 할 때도 그랬다. GRE 영어 단어를 회사 컴퓨터 옆에 붙여두고 외웠다. 시간은 항상 부족했고,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하고 책을 봐야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렇게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무언가를 할 이유는 별로 없게 되었다. 직장생활의 피로함이나 생활의 분주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렇게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물론 체력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남동생은 매일 피곤하다고 했다. 사회 초년생,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긴장감을 지닌 채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면 손도 까딱 하기 싫은 상태가 된다. 대충 저녁을 챙겨먹고 TV 앞에서 두세 시간 앉아 있다가 잠이 들어버리는 직장인의 일상, 동생도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서 하기보단 하루하루 맡은 일을 처리해내는 생활에 익숙해져 갈 것이다.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내는 직장이니, 직장에서의 일이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도 스위치가 꺼지듯 회사와 일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스트레스 받은 머리는 쉽게 식지 않고, 내일이면 또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나를 위해 쓸 시간은 없다. 피곤하니 쉬어야하고, 머리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으니 책 읽기도 싫고, 무언가에 열중하기도 귀찮다. 그래서 어영부영 시간을 흘려보낸다.
장을 봐서 냉장고에 채워두면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재료가 종종 있다. 상해서 버려지는 음식 재료는 항상 아깝다. 그런데 시간은 그렇게 버려지는 게 훨씬 더 많은데도 아쉽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버려지는 시간. 출퇴근하는 시간, 점심을 먹고 남은 30~40 분의 점심시간, 잠들기 전 30분. 이런 시간들은 텅 빈 공간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그 의지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존재한다.
무기력해지는 건 육체적 피로함이 아닌 정신적 무기력함에서 온다. 새로운 자극도 없고 변화에 대한 노력도 하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정도 사라진 순간, 삶은 무료해진다.
나는 요즘 종이신문을 구독신청해서 하루에 한시간쯤 꼼꼼히 읽는다. 그리고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의 인터넷 강의를 한두 시간씩 듣는다. 일과 직접적인 연관도 없고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향하는 눈을 좀 더 키우게 되고, 전혀 몰랐던 분야에 대한 공부는 순수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하루에 한 시간쯤 규칙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해 보자. 바느질하기, 책읽기, 영어단어 외우기, 일기쓰기, 그림 그리기, 운동하기, 산책하기, 대화나누기, 요리하기, 명상하기 등. 회사일 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는 시간. 그 시간은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휴식이 되어 줄 것이다.
바쁘다는 건 언제나 핑계일 뿐, 하루에 한시간쯤 버려지는 시간은 분명히 있다. 버려지는 시간을 모아 자신에게 쓰는 연습을 해보자. 그 시간은 나머지 시간을 좀 더 활기차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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