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메릴랜드 체비체이스의 카르티에 상점에 강도가 들었다. 13만달러에 상당하는 고급 시계 13개를 집어 든 용의자들은 밖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타고 유유히 도주했다.
완벽한 것 같았던 이 범죄 용의자들은 최근 FBI에 의해 체포됐다. 셀폰이 화근이었다. FBI는 T모빌과 스프린트의 셀폰 위치 추적을 통해 범죄가 일어난 시각 용의자들의 셀폰이 범죄가 일어난 장소에 있었고 이동 방향이 경찰이 용의자를 추적하던 방향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사건은 최근 미 국민을 상대로 광범위한 전화사용 정보를 수집해 논란이 일고 있는 국가 안보국(NSA)이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정보수집 방식은 같다. 전화의 내용이 아니라 누구와 언제 어디서 얼마 동안 연락했고 어디로 이동했는가를 알려주는 소위 메타데이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범인 색출의 도구로 사법 집행 기관에 의해 사용돼 왔다. 단지 과거에는 특정 범죄에 관련돼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해왔지만 이번에는 전체 미 국민을 상대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전화 내용이 아니라 이런 정보가 테러 색출에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관계자들은 이런 메타데이터야말로 테러 예방의 강력한 무기라고 주장한다. 한 두 가지 정보는 별 소용이 없을지 모르지만 천문학적으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 알고리듬을 분석하면 테러 용의자 색출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방식으로 지난 수년간 수십 건의 테러 모의를 적발했다고 말하고 있다.
보통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100가지 흔적을 남긴다. 한인들이라면 너도나도 이용하는 카카오톡의 경우 본인 전화기에 있는 기록을 지워도 서버에 원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카카오톡으로 범죄 모의를 한다는 것은‘나를 잡아가라’는 말과 다름없다.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불륜으로 CIA국장을 사임한 퍼트레이어스 장군의 경우도 이메일 추적이 발단이 됐다. 협박 이메일을 받았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FBI는 이메일을 보낸 장소와 시점에 퍼트레이어스의 전기 작가 폴라 브로드웰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법원 영장을 발부 받아 브로드웰과 퍼트레이어스의 이메일을 모니터한 결과 이들이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냈다.
NSA 측은 자신들은 데이터의 패턴을 추적할 뿐이지 개개인의 통화 내용을 도청한 적은 없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많은 미 국민들은 이 말에 별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불과 몇 달 전 국가 안보국장이 연방 의회에 나가 증언하면서“메타데이터를 수집한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일 없다”고 딱 잡아 뗀 적이 있다. 의회에서 이렇게 버젓이 국가 안보를 내세워 거짓말을 하는데 어디서 비밀 영장을 받아 무슨 일을 하는지 일반 국민들은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공화 민주당을 불문하고 일부 의원들이 메타데이터 수집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연방 상원의원 시절 이런 광범위한 정보 수집에 가장 비판적이던 오바마 마저 대통령이 되자 이 정책 지지로 선회했다. 정보수집 대상이 되기 싫으면 스스로 스마트폰부터 내려놓는 것 외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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