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불교학 상황과 경향을 살펴보고자 지난 5월 말에 영국 옥스퍼드에 왔다. 특히 해양불교 연구에 관심이 있어서 남아시아 관련 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연구한 영국에 주목하고 있다. 이곳과 런던의 도서관 및 박물관을 방문하며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 볼 작정이다.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사찰을 창건해 주지로 있는 미얀마 출신 스님의 절(Oxford Buddha Vihara)에 머물면서 옥스퍼드불교학센터(OCBS)의 방문학자로서 주변의 학술 및 문화행사에도 참가하며 견문을 넓혀가고 있다. 우선 영국의 대학을 대표하는 옥스퍼드대학(캠브리지대학도 유사)의 학사일정과 운영체제가 미국과 사뭇 다름에 생소함을 느꼈다.
이곳 옥스포드대학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의 학생들은 요즈음 기말고사 준비에 전념하는 중이라고 한다. 대학 주변의 거리에서 그 곳 특유의 유니폼 가운을 입고 걸어가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더러는 카네이션 꽃을 꽂거나 아예 샴페인이나 케익을 뒤집어 쓴 이도 있어 그 연유를 알아보니 시험을 치르기 위하여 제복을 입으며 통과된 경우에 동료들끼리 자축 세리머니를 한단다. 옥스퍼드대학은 이른바 중세로부터 수 백년 동안 교회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설립 운영해 오던 십여 개의 칼리지들이 연합하여 이루어졌다. 지금도 각각의 전통과 자립을 유지하고 있음은 미국의 독자적인 여러 주정부가 연방정부를 이루고 있는 체제와 비견된다. 8주(전후의 준비와 정리를 포함하면 10주) 정도의 학기로서 한국이나 미국의 대부분 대학들이 시행하는 15-16주의 학기보다 짧게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여름학기 말에 해당된다. 교육방법도 미국이나 한국의 학급단위 교수강의 방식과 달리, 튜터식 소규모로 진행하며 입학 초기부터 전공에 집중시킨다고 한다. 아무튼 열심히 준비하지 않고는 졸업할 수 없도록 하는 학습 및 점검 분위기에 학생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감리교의 발생지이기도 하며 성공회와 가톨릭으로도 뜻 깊은 곳인 옥스퍼드는 치솟은 교회건물이 많이 보여 기독교인들이 많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재는 주교좌성당에서 정례 미사를 볼 뿐 대부분의 교회들이 신자 감소로 건물의 용도를 변경할 정도로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도 공식적으로 종교활동을 못하게 한 배경이 과학의 발전과 인권의 신장에 있다. 종교인 수가 전체의 5% 남짓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근래 이곳의 물리학자 호킹스박사가 쓴 신에 대한 부정적 책이 세상에 관심을 일으켰던 보도가 연상된다. 반면, 자기존재의 성찰을 위해 명상수행을 하는 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근래 영국을 포함한 유럽인들의 새로운 의식의 경향을 볼 수 있다. 종교계의 미래 전망을 가늠해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무튼 고풍스런 대학문화가 훌륭한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옥스퍼드에서 상항과 대조되는 낭만을 느껴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