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갑을’ 문화다. 과거의 ‘갑을’은 영어식으로는 ‘A’와 ‘B’로서 서로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쓴 간편한 ‘지칭 대용어’였다. 하지만 지금의 ‘갑’은 힘이 센 쪽이며 ‘을’은 더 약한 쪽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그로 인해, 파워 갑이 상대적 약자인 을을 향해 횡포를 부릴 때를 놓고 시니컬하게 쓰는 말로 ‘갑질한다’라는 동사라든지, 갑에도 서열이 있는지 ‘갑 중의 갑’, ‘슈퍼 갑’ 이런 신조어들까지 생기고 있다.
지난 한 달간 한국 신문 지면은 여러 종류의 ‘갑 질’의 횡포로 장식되었다. 라면 상무, 남양유업 사태,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압권으로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등이 그것이다. 이 사건들 안에는 몇 가지의 공통점들이 발견된다. 그 첫째로 그들의 언어다. 그들이 썼던 언어들 안에는 안하무인격의 태도가 서려있고, 그래서 다 명령조고 욕설이고 반말들이었다. 갑이라는 고위의 힘이 전제된, 을을 향한 다분히 예의 없으며 고압적인 어투들 뿐. 그 안에는 연령을 포함한 상대의 위치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두 번째 것으로서 그들의 행동이다. 그들의 행동 역시 그들의 언어처럼 폭력적이었다. 물건은 내던지거나, 다 큰 성인 여인의 몸을 함부로 만진다든지, 여성에게 자신의 술잔에 술을 채우도록 강요한다든지, 이런 식이었다.
사람의 행동은 반드시 그 사람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이들의 언행은 그들의 비뚤어진 생각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생각은 안 그런데 행동이 그랬다? 원래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 (이럴 때 가장 많이 쓰는 말로서) 내 의도와 상관없이 부풀려졌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아니다. 그런 경우는 있을 순 있으나 가끔일 뿐이다. 대부분은 생각이 그러면 언행도 그러게 되어있는 게 정상이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평소에 갖고 있는 생각은 체질적으로 갑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언행 역시 ‘갑 질’ 방식으로 표현된 수밖에 없었다. 원래의 의도가 왜곡된 게 아니고 원래의 의도가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그러하니, 이럴 때 감초처럼 등장하는 그들의 후속조치인 사과문 발표, 이를 듣는 ‘을’들에게 공감될 리가 없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진지한 사과문보다는 일단 지나가고 보자는 변명으로밖에 안 들리는 것이다. 이 사태에 있어서 또 한 가지의 공통점은 술이다. 미국에 너무 오래 살아선지, 아니면 술 안 마시는 목사여선지는 모르겠으나,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게 바로 이 술 문제다. 왜 그 상황에서 술인가? 왜 술이 그 문맥에 끼어들어야 하는가? 한 나라의 대통령을 수행하는 그 중대한 그 자리에서, 그것도 외교 대상인 그 나라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날 밤부터 술 마실 생각부터 할까? 이에 대한 답 역시 마찬가지다. 그 ‘갑’들에게 술은 중요한 일상이었다. 또 술은 그들의 ‘갑 질’을 더 ‘갑 질’답게 하는 평소의 도구였다. 그러니까 평소에 하던 대로 했던 것이다.
구약성경에 이런 말씀이 나온다. “그러므로 사치하고 평안히 지내며 마음에 이르기를 나뿐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도다….” 한때 이스라엘을 멸망시켰던 바벨론이라는 대국의 교만을 향한 이사야 선지자의 진단서의 한 대목이다. “나뿐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도다!” 이처럼 갑의 문화는 교만의 문화다. 세상에 자기밖에 안 보이는 데서 온 문화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씀에서 이렇게 말한다. “네 마음에 이르기를, 나뿐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다, 하였으므로, 재앙이 네게 임하리라.” 이처럼 갑이 자신의 갑 질에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며 말하고 행동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답은 뻔하다. 하나님의 심판이 임한다. 아직은 아닐 수 있으나 언젠가는 임한다. 그러니 아직 아닐 때 더 조심해야 한다. 갑의 가능성이 있는 자들이여,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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