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에서는 음력 사월보름부터 칠월 보름까지, 석 달 동안 이른바 ‘하안거(夏安居)’ 즉, 여름수행살림을 시작한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상에 머물고 계실 때부터의 전통으로 약 2,600년을 지켜온 것이다. 더운 여름에 비가 많던 인도의 자연환경 상황에서, 불제자들이 적당한 곳에 모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명상하고 수행하던 관습이 히말라야산맥 주위 등 추운 북방과 중국 등 동방에 전해지면서 여름 뿐만 아니라 눈이 오고 추운 겨울에도 안거를 하여 (冬安居), 일 년에 두 번의 안거를 시행해오고 있다. 수행자 스님들을 가리키는 운수(雲水) 즉, ‘구름과 물’처럼 세월 및 철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은 훌륭한 스승을 찾아서 또는 도반들과 함께 적당한 수행 도장을 정하여 공동체 생활을 하여 왔다. 그렇게 계절에 맞추어 수행 정진하는 가풍은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퍼져 그 기간과 내용의 차이는 다소 있겠으나 미풍양속의 하나로 각각의 공동체에 나름대로 전승 유지되어 오고 있다.
지난 몇 달간 봄의 기쁨을 누려왔으나, 이제는 여름을 맞이할 때다. 일년내내 더위나 추위가 이어지는 열대나 한대지역을 제외한 온대지방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어,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후와 환경에 따라 의복과 음식 및 주거생활에 다양한 살림의 적응과 변화가 필요하다. 중국과 한국의 전통문화 즉, 농경사회로부터 내려오는 생활인식은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잘 가꾸어, 가을에 열매를 맺도록 하여, 그를 거두어 들여 겨울을 안전하게 지내는 방식이었다. 근래에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및 그의 적용으로 계절의 한계를 넘어 음식과 의복자재들을 생산하고 유통 및 저장할 수 있어 옛날 사람들의 계절에 따른 정서를 제대로 느끼기 쉽지 않다. 현대에는 일반인들도 고대의 제왕조차 누릴 수 없었던 바, 계절을 초월한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음은 다행한 일이지만 사람마다 그 귀중함을 느끼고 즐기는지는 모를 일이다.
농부들은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많은 땀을 흘리며 농사에 열중한다. 그 노력의 결과에 따라 가을의 수확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농사하는 이들은 자연의 인과와 경험을 통해 인생도 가꾸어 나갈 줄 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와 ‘가꾼대로 거둠’의 이치를 알아, 터무니 없는 요행을 바라거나 엉뚱한 환상을 갖지 않는다. 종교인들도 마찬 가지다. 인연업과(因緣業果) 즉, 씨앗과 그 조건 및 가꾸는 행위의 결과에 대한 이치를 인생 살림살이에 적용하여 각자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합당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독자들도 적극적으로 여름을 맞이하고, 각자 생활 형편대로 안거 정진하며 열심히 작업하여 심신의 건강 및 업무성취의 보람을 느끼면서 멋진 인생의 가을과 겨울을 준비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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