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에 따르면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탈북인 가운데 많은 수가 치유되지 못한 정신적 외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탈북인들은 “가족이나 친척, 이웃이 기아로 죽어가는 것을 봤을 때 정신적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북한 정부를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이 컸을 때 우울증이나 정신적 외상(trauma)도 컸다.
이 조사는 워싱턴침례대학교의 박진욱 교수(상담학·사진)가 지난 해 1월과 2월 한국 내 탈북자 2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4월4일부터 6일까지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CAPS(Christian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tudy)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박 교수는 “자신과 가족이 당한 비극을 삭이지 못한 탈북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은 대단히 심했다”며 “이 문제는 앞으로 통일이 되고 북한 정권의 실상이 알려졌을 때 더 크게 증폭될 수 있어 지금부터 치유 방안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요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가족 및 친척이 기아로 사망할 때(120명)였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치가 가장 높았던 것은 가족이나 친척의 공개처형. 숫자로는 66명으로 제일 적었으나 그 충격의 강도는 어떤 상처보다도 컸다.
또 설문에 응한 탈북인들 가운데 110명은 가족이나 친척이 병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도움을 못줬을 때 심적 상처가 컸고 105명은 주변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를 받는 것으로 보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01명은 먼저 자유를 찾아 탈출한 가족을 상처의 이유로 들었고, 95명은 이웃의 공개 처형, 72명은 가족이나 친척이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는 것을 봤을 때라고 응답했다.
상처를 더 깊게 하는 ‘비용서’의 이유에 대해 박 교수는 ‘반복적인 생각(rumination)’, 회피, 복수에 대한 감정을 들면서 “폐쇄된 북한사회의 특성상 탈북자들이 분노를 잘 표출하지 못하고 내적으로 고민하는 경향을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권 차원에서 저질러진 반인류적 범죄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용서가 치유의 첫 단계이기 때문에 용서의 의미와 필요성을 탈북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며 “이것은 이웃으로 탈북인들을 품어야하는 한인 모두의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매우 특수한 경험을 해야 했던 탈북인들에게 종교는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적 요소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신앙생활을 잘 할수록 한국에 더 잘 적응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인 크리스천들이 기독교적인 용서 개념을 실천하고 이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탈북인이 겪는 우울증 및 정신적 외상에 대한 조사는 박 교수가 직접 만나거나 그룹 모임 참여, 또는 우편으로 설문 응답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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