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세월과 함께 만물의 무상함을 잘 표현한 말도 드물다. 소납이 버클리대학에서 학위를 수여받고 고국에 돌아간지 어느덧 강산이 한번 하고도 또 반이나 변할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모교에서 몇 달 지내게 되었다.
이른바 ‘안식년’이란 이름으로 교수들에게 6년간 강의와 교육 후 1년씩 자유 시간으로 재충전의 기회를 주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학 중이나 학술행사로 잠시 다녀가긴 하였지만 개학기간 중에 수개월을 머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음은 실로 귀하고 다행스럽게 여길 뿐이다.
6년을 지내며 마음의 고향처럼 친근감을 갖고 있는 버클리 및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은 문화적 낭만과 함께 추억 속에 늘 그리움이 맴돌던 곳이다. 한국일보사의 배려로 한정된 지면을 통해서나마 당분간 단상을 동포들과 나눌 수 있게 됨을 매우 감사하며 독자들과 좋은 벗으로 탁마의 인연을 키워 나갈 수 있기 바란다.
시절인연을 살펴보면 우리 전통문화의 절기로는 봄이 고비를 넘어 청명(淸明)을 거쳐 곡우(穀雨)를 맞게 된다. 봄의 맑고 밝은 기운과 심은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리는 시절. 예로부터 동아시아에서는 이 무렵 한식(寒食)으로 조상을 기려 성묘와 제사를 올리고 나무를 심고 농사를 시작한다.
곡우쯤에는 피어오르는 차잎을 따서 녹차를 만들어 친한 벗들과 나누며 정신을 가다듬고 깊은 정을 나누어 왔다. 이곳 베이지역에서도 요즈음 농장과 목장에서는 채소를 심고 소와 말들을 방목하며 과수원에서는 수목들을 보살피고 정원에서 꽃과 나무를 가다듬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시내 직장인들도 주말이면 산과 들이나 공원에서 등산이나 야유회와 운동회를 가지며 따뜻한 햇볕을 쐬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심신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음을 본다. 바야흐로 생명이 약동하는 사월임을 체감하게 된다.
사람은 단순히 밥과 옷으로만 살 수 없음을 알듯이 정신 건강도 중요하고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공동체가 평화로워야 인간의 특성에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오가며 만나는 외국인과 다른 나라에 사는 친구들도 이메일 등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상황에 대해 걱정을 나누고 있다. 자연은 화창하게 생명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지만 인간 사회는 개인 및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탐욕과 미움 및 불신 등으로 서로를 해치는 비바람과 눈보라를 일으키기도 한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고 세계를 이치에 맞게 만들 것”을 가르치신 단군의 자손으로서 평화를 사랑해온 배달겨레답게 어서 빨리 남북을 다시 통일하고 세계평화와 인류 복지에 솔선수범하는 우리민족이 성취되기를 기원해본다.
이 식목의 계절에 우리 각자의 마음에 보리수를 심고 자비수로 키우며 인간다운 살림살이를 하고 세상을 윤택하게 하는데 보람을 키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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