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에 오래 몸담고 있다가 지금은 은퇴생활을 즐기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며칠 전 전화를 해서 요즘 한반도 사태에 대한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물었다. “괜찮아, 북한위협에 별로 관심들이 없는 것 같아.” “그래? 미국 언론들은 야단법석인데 참 이상한 일이군.” “북한 협박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생각들이지. 미국 한국교포들의 반응은 좀 어떤데…?” “이곳도 그저 냉냉해. 미국 프로 야구 메이저 리그에 첫 데뷰를 한 류현진 선수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북한 협박이 더 이상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판단이겠지.” 그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의 요약이다.
요즘 미국 주요 TV방송들은 저녁 뉴스시간에 한반도 긴장사태를 현지 특파원들을 통해 보도하느라고 바쁘다. 그런데 이곳 한국 사람들도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국 대학에 머물러 있었다. 6.25를 중학시절에 경험했던 나로서는 마음이 조급했고 공포 속에 휩싸였다.
미국에 있는 아내로부터 속히 돌아오라는 전화가 왔다. 미국 뉴스에 불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 사람들은 마음들이 느긋했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왜 그럴까? 노년 세대들이 6.25를 잊어서 그런가? 젊은 세대들이 6.25를 몰라서 그런가? 아니면 국민 모두가 안보불감증에 걸린 것인가?
지난 5일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가 북한위협 특사 파견을 제안하면서 특사후보로 카터 및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박지원 의원 및 문성근 전 최고위원을 거명했다. 이 문제를 압박보다는 협상으로 해결하자는 발상이다. 민주당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한반도문제를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특사파견은 협상을 결렬시키는 행위가 되고 말 것 같다. 그 이유는 북한에 또 말려들어가고 말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협상은 압박을 겸비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 당국은 며칠 전 ‘평양주재 외국대사관 철수권유’와 ‘개성공단 사업 잠정중단- 북 근로자 전원철수’를 발표함으로써 전쟁임박의 공포분위기를 한층 더 높게 조성했다.
북한 인민군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지난 7일 24개국 대사들을 불러 공관철수에 관한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위험한 무기와 구축함으로 우리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지만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철수준비를 하는 공관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런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판단이다. 또 ‘개성공단 근로자철수’도 과거의 예로 봐서 한갓 위협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반도의 위기는 북한이 조성했다. 북한은 로켓발사, 핵 실험 등에 이어 얼마 전 1호 전투태세 돌입을 위해 무수단 탄도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핵잠수함, B-52 B-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배치할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레이더 SBX-1을 서태평양에 배치해 북한의 도박을 저지할 준비를 갖추었다. 북한의 협박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다.
더구나 중국이 보여준 북한에 대한 태도변화는 큰 변수가 됐다. 협상은 이런 압박 속에서 찾아야 한다. 아무리 한미당국이 북한 위협에 대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고 북한이 위험조성의 허세를 부리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 사람들의 안보불감증은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제2의 6.25가 있지 말라는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린 김정은의 잘못된 사리판단으로 ‘불장난’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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