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종류 인생에게 각각 필요한 것
▶ 새크라멘토 수도장로교회 담임
사순절과 부활절이 지났다. 기독교의 주인공인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절기로서 이 기간은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기간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분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가해자였던 두 그룹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재고해 보았으면 한다. 그 둘은 유대의 대제사장들과 로마의 총독 빌라도다.
먼저 예수의 십자가 처형의 배경이 되는 유대 사회는 종교적 사회였다. 환언하면 종교적 신념이 사회 모든 영역들을 점하는 사회였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런 사회에서는 우위적 종교적 신념 하나가 뜨면 그것이 사회의 모든 가치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이런 배경 가운데서 이뤄진 예수의 사형 혐의는 예수 자신이 자기 스스로 메시아라고 공표했다는 데에 있었다. 대제사장이 예수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 이에 대해 예수는 “내가 그니라!”라고 답한다. 이 답은 대제사장의 의분을 자아내게 했고 결국 그를 로마의 관정에 넘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배적인 종교적 신념과 가치가 무고한 사람 하나를 얼마든지 쉽게 죽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그럼 그들로부터 떠넘김을 받은 로마 총독 빌라도는 어땠는가? 로마의 관정은 종교적 신념보다는 정치적인 법이 우선하는 곳이다. 그래서 빌라도의 질문부터가 다르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정치적 색채가 깔린 질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예수는 화를 자초하는 답변을 한다. “네 말이 옳도다.” 사실 예수는 빌라도의 정치적 질문에 신학적인 답변을 하셨을 뿐인데 정치가 빌라도의 귀에는 이것이 정치적인 답변으로 들렸을 것이다.
여기에서 발견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에 대한 빌라도의 후속조치이다. 빌라도는 예수에게서 정치적인 특성이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유대인들의 의견 분열, 예수의 침묵, 그리고 예수 대신 바라바를 놓아주자는 그들의 적개심을 지켜보면서 예수의 무혐의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었다. 특히 로마적 합리성에 기초해 볼 때 예수는 이런 식으로 여론에 떠밀려 죽으면 안 되는 자임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수를 죽음에 넘겼다. 그러나 이것이 곧 빌라도의 한계였다. 그는 여론이 법을 앞서도록 상황을 방치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리된다. 대제사장들을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매우 무모하고 저돌적이었다면 빌라도는 약고 비겁하게 행동했다. 유대인들은 오도된 신념을 절대적 정의로 ‘확신’하며 이 일을 밀어붙였다면 빌라도는 이미 알고서도 모른척하며 넘어가버렸다.
우리는 여기에서 두 종류의 인생의 한계를 발견한다. 첫 번째 종류의 인생은 애초부터 잘못된 가치를 갖고 있는데다 그 잘못된 가치에 자기만의 불타는 확신까지 더해버리는 경우다. 이럴 때는 역사 속에서 심각한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유대인들과 제사장들이 그랬다.
그래서 이 경우는 혹시 나의 처음 가치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는지를 겸손하게 따져야 한다. 두 번째 종류의 인생은 가치는 옳으나 가치를 지키는 힘이 부족한 경우다. 확신은 있는데 그 확신을 보수하려는 용기 같은 것의 부재나 부족현상을 뜻한다. 이런 경우, 좋은 가치가 호도된 여론에 떠밀려가도록 방임하기 쉽다. 빌라도가 그랬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오히려 용기를 키워야 한다.
나는 이 둘 중 어느 쪽에 속한가? 기존의 가치를 점검해야 하는 겸손의 사람으로 환골탈태해야 하는가, 아니면 꾸준히 가치를 실행하는 용기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 각자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필요가 있다. 정직한 답만이 양질의 삶을 이끌 수 있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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