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신부님은 강론말씀이 좋다. 현란한 말솜씨가 있는 분 같지는 않고 뛰어난 사교성과 친화력, 유모어 감각과는 거리가 있으신 분 같은데도 제대에서 복음말씀을 풀이 해주시는 것을 보면 정말 간곡하게, 진심으로 청해주는 것 같아 종종 숙연해 진다. 평생 발바닥 신자 판박이 쯤 될 나에게 미사가 귀하게 다가온 이유중 하나에 그 분의 강론도 포함될 수 있으리라.
최근엔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어느 신자분이 돈이 하도 아쉬워 자나 깨나 돈 사백 만원이 생길 구멍이 어디 없나 골돌히 생각하고 다녔는데 마침 그분이 미사 해설을 하는 신자여서 성가 부를 때가 되자 나온 말이 ‘성가 사백만원을 부르시겠습니다.’ 였단다. 강론 중에 하신 말씀은 아니고 이즈음 신부님께서 간절히 바라는 새성당 건립 문제를 언급하시면서 당신의 그 기막힌 간절함을 에둘러 하신 말씀이지만 어찌나 정곡을 찌르는지 한바탕 웃고도 내내 맘속에서 되울린다.
최근 텍사스에서 칠순 노인이 아파트 윗집의 젊은 부부를 총으로 쏴 죽인 일이 일어났다. 고만고만한 애를 다섯이나 키우는 부부가 거기에 애완견이라고 핏불까지 키우면서 허구헌날 개의 배설물을 이 할아버지 집 앞에 떨어뜨려 놨단다. 수없이 부탁을 했도 막무가내더니 끝내 이런 비극으로 끝이 났다.
사소한 일이라고 하나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그런데 졸지에 고아가 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집을 증축하면서 없앴지만 우리 집 앞에 최상급의 감나무가 있었다. 알이 크고 단단한 게 하나같이 제삿상에 올려도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종자였다. 보는 이마다 탐을 내는데 어느 동남아 할머니가 매일 같이 와서는 몇개씩 따갔다. 그러다 어느 날 내게 들켰다.
레미제라블의 신부는 쟝발장이 훔친 것을 줬다고 말한 위에 덤까지 얹어줬는데 속좁은 나는 총까지는 아니라도 한바탕 패주고 싶었다. 심기는 했으되 그렇게 예쁘게 크기까지는 하느님이 주신 햇볕과 땅의 물, 그리고 알수없는 좋은 종자의 신비일 뿐 내가 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도 얼마나 치사하고 탐욕스레 내것을 주장했던건지 지금 생각하면 낯 붉어진다.
몇 해전에도 석류가 탐스럽게 열려 누가 따갈까봐 매일 세어보다가 안달이 나서 미리 몽땅 따버렸더니 몇 개만 빼고는 너무 시어서 어쩔 수없이 다 버려야 했다. 익지 않은 과일은 따는 게 아니구나, 누가 먹게 되던 우선은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 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만 들여다보면 인간이란 종자가 참으로 치사하고 인색하며 욕심꾸러기이다.
지금은 다행이 나이를 먹어서 갖고 싶은 게 적어졌지만 젊었을 때는 허황된 것들이 너무도 갖고 싶었다. 좋은 집도 갖고 싶었고 고급 차도 굴리고 싶었고 고급 가구, 세련된 옷과 장신구, 성공한 남편, 잘난 아들, 사회적 성공.. 그저 세상의 좋은 것이란 좋은 것은 다 내 앞에 대기하고 있기를 바랬다. 내게 등돌려 맘 상하게 했던 친구들도 되돌아보니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사실이었으되 그 친구들을 위해 내가 해주고 싶었던 간절한 배려의 아낌은 없었다.
우리의 맘은 시시각각 변하는 요지경같다.
이유없는 적개심이 있나 하면 계산없는 이타심도 있고 끝까지 움켜쥐고 싶은 앙심이 있나 하면 모든 걸 용서 받고 싶은 순한 맘도 있다. 성가 사백만원을 뇌이는 골돌한 심정으로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것 같다. 평화로운 마음, 남을 배려 하는 마음, 집착을 놓는 마음, 용서 하는 마음..
자, 각자 선택하신 성가 사백만원을 힘차게 부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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