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릭터(왼쪽)와 보니 릭터가 190마일을 걸어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 홀리를 반기고 있다.
홀리가 돌아왔다. 200마일의 외롭고 위험하고 고달팠을‘단독 행군’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귀환했다. 200마일의 행군이 뭐 별거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몰라도‘세상물정’모르는 집고양이인 홀리에겐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모험이었다. 비바람을 맞아가며 노숙을 해야 했을 것이고, 굶기를 밥 먹듯 했을 것이다. 간간이‘사냥’을 하거나 쓰레기통을 뒤져 배를 채웠겠지만 아스팔트로 다져진 도시라는 정글에서 먹이를 찾기란 쉽지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추측이다. 도대체 삼색털이 특징인‘토터스 캣’ 홀리가 어떻게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는지는 전문가들조차 머리를 갸웃거리는 미스터리다.
발톱 모두 없어지고 탈진상태… 내장칩으로 최종 확인
주로 시각·냄새로 장소 기억, 개보다 길찾기에 어려움
과거 1,000마일 행군·열차이용 돌아온 사례 등은 있어
지난 11월 초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서 사라진 홀리는 두 달 뒤인 신년 이브, 바싹 마르고 더 이상 서있을 기력조차 없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로 주인의 집에서 1마일 떨어진 웨스트팜 비치의 한 가정집 뒷마당에 나타났다.
부드러운 고무 같은 발바닥 패드는 갈가리 갈라져 피를 흘리고 있었고 뒷발의 발톱은 닳아서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친절한 사마리탄의 집에서 치료를 받으며 6일간 휴식을 취한 홀리는 몸 안에 삽입된 칩 덕분에 지난달 초 주인인 제이콥 릭터(70)와 보니(63)에게 넘겨졌다.
주인을 따라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고양이가 두 달간 200마일을 걷고 또 걸어 용케도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화제의 고양이를 보기 위해 찾아온 브리스톨스 대학 ‘앤스로주로지 인스티튜트’ 원장인 존 브래드쇼가 릭터 부부에게 던진 첫 질문은 “이 놈이 정말 홀리인가요?”였다. 그 역시 고양이가 길 없는 길을 찾아 200마일의 장거리 행군을마치고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고양이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던 주인 부부가 모양새가 비슷한 도둑고양이를 홀리라 믿어버리고 싶어 하는 심리상태가 작동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홀리의 귀환은 전문가조차 믿기 힘든 진기한 사건이었던 셈이다.
고양이에게는 자신이 머물던 장소로 돌아가려는 귀소본능이 있다. 하지만 계절을 좇아 수천, 수만 마일을 여행하는 철새나 바다거북과 달리 고양이의 귀소본능에 관해서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가 거의 없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동물들은 자장과 후각 단서를 활용하고 해의 위치를 이용해 진행방향을 찾는다.
고양이보다는 주인과 헤어졌던 개가 수백 마일의 길을 되짚어 옛 집으로 돌아온 사례가 더 많지만 이 역시 그리 흔하진 않다. 브래드쇼 박사는 개의 경우 늑대로부터 자장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을 물려받았다고 설명한다. 머릿속에 나침반을 지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양이는 익숙한 지형에서 시각과 냄새로 장소를 기억하며 지름길 찾기에 능하다. 이러다 보니 멀리 떨어진 장소를 찾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몇몇 홀리의‘ 선배’들이 전설로 남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홀리와 같은 토터스셸 고양이인 무르카는 1989년 보로네즈에 위치한 주인의 어머니 집에서 모스크바에 있는 옛 집까지 325마일을 걸어 돌아왔다.
1997년 주인 가족을 따라 유타주의 파밍턴에서 워싱턴주의 밀크릭으로 이사 간 고양이‘ 닌자’는 1년간의 여행 끝에 정들었던 옛집에 나타났다.
1978년 오스트리아의 페르시안 집 고양이 호위는 친척의 집에 자신을 버리고 간 주인을 찾아 장장 1,000마일에 달하는 기나긴 고난의 행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런가 하면 신통하게도 운송수단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온 똑똑한 고양이도 있다.
영국 블랙 놀티의 사이아미스 고양이는 몇 차례 열차를 바꿔 탄 후 화이트 놀티에서 하차, 수마일을 걸어 집에 도착했다.
고양이의 귀소능력을 제대로 연구하기 힘든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서로 다른 장소에 던져 놓고 이들이 돌아오는지 아닌지를 기다리는 기본적 접근법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랬다가는 동물애호가들로부터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영국의 생물학자인 로저 타보에 따르면 고양이의 집 찾기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대표적 실험은 1954년 독일에서 실시됐다.
연구진은 위쪽을 가리개로 차단한 미로를 만든 후 이곳에 고양이들을 집어넣었다. 미로는 15도 각도로 여러 개의 출구를 갖고 있었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에 동원된 고양이들은 미로로부터 사방 5킬로미터 이내의 집에서 살던 놈들이었다. 도둑고양이를 어미로 둔 홀리는 릭터의 RV 에어컨디셔너 안에서 태어났다. 달리 갈 곳이 없는 어미는 그 곳에 들어가 몸을 푼 후 새끼를 놓아둔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에어컨이 갑자기 가동되는 바람에 배에 상처를 입은 홀리는 바깥세상으로 나왔고 거기서 릭터부부와 첫 대면을 했다. 어린 고양이는 릭터의 무릎 위로 뛰어올라가는 것으로 나이든 부부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홀리가 사라진 것은 릭터 부부가 지난해 11월 플로리다 데이토나에서 열린 굿 샘 RV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 3,000여대의 다른 RV처럼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난 뒤였다.
밤에 차문이 열린 틈을 타서 밖으로 빠져나간 홀리는 때마침 시작된 불꽃놀이에 잔뜩 겁을 집어먹었는지, 어디엔가 꽁꽁 몸을 숨긴 채 사흘이 지나도록 릭터 부부의 RV로 돌아오지 않았다. 실종 고양이 전단을 뿌리고, 동물보호센터에 연락을 취하는 등 백방으로 홀리의 행방을 쫒던 릭터 부부는 인연이 다한 것으로 단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2주일 후 동물 구제원이 그들에게 연락을 취해 왔다. 데이토나 소재 후터스의 뒷마당에서 홀리로 추정되는 고양이가 종업원들이 내놓은 음식을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것. 그러나 그 뿐이었다. 한 달 반이 지나도록 홀리를 목격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홀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신년 전야, 밥마졸라(52)의 뒷마당에서였다.
대학 직원인 마졸라는 홀리의 앙상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마졸라와 그의 자녀들은 기력이 없어 제대로 야옹 소리도 내지 못하는 홀리에게 6일간 먹을 것을 주었고 수의사에게 데려가 치료를 해주었다.
수의사는 홀리가 탈진상태였으며 오랜 시간 아스팔트 위를 걷는 바람에 체중을 밀어내는 뒷다리의 발톱이 모두 뿌리까지 닳아 없어졌다고 말했다.
마졸라는 홀리를 자신이 기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수의사에게 부탁해 홀리의 내장칩 정보를 파악한 마졸라는 릭터 부부에게 전화해 고양이의 ‘귀환’을 알렸다. 두 달만에 주인을 만난 홀리는 첫 대면에서 그랬듯 제이콥의 무릎위로 뛰어올라 갔고 이를 지켜보던 마졸라는 울음을 터뜨렸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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