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30배 폭리 청구에도 군말없이 “OK”
보험플랜에 속한 의료서비스 네트웍 이외의 진료기관을 찾은 환자들은 의료비 폭탄세례를 받기 십상이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의 고교 교사인 린 넬슨(61)은 최근 무릎수술을 받았다. 말이 수술이지 병원에 입원할 필요 없이 외래환자로 등록한 뒤 단 20분 만에 간단히 받을 수 있는 지극히 정형화된 시술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수술을 탈 없이 끝났지만 치료비가‘정상’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무릎 수술비는 3,000달러 선이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날아든 청구서에는 무려 8만7,500달러가 찍혀 있었다. 정상적인 가격의 30배에 가까운 영락없는 바가지요금이었다.
보험사 가맹병원 아닐 땐 진료비 다소 높다지만
흥정없이 지불은 보험료 인상 근거로 활용 의도
캘리포니아 검찰청‘진료비 폭탄’내막 조사착수
누가 보아도 터무니없는 액수임에도 불구하고 롱비치 통합교육구와 보험사인 블루쉴드 오브 캘리포니아는 군말 없이 코스타메사에 소재한 어드밴스트 서지컬 파트너스가 청구한 의료비를 전액 지급했다.
블루쉴드는 지난달 어드밴스트 서지컬 파트너스에 서명 날인해 넘겨주라며 8만4,800달러짜리 수표를 넬슨에게 우편으로 전해 왔다.
수표를 받아든 넬슨은 아닌 말로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가만히 앉아 사기를 당하는 듯한 기분에 화가 치민 그녀는 외래환자 수술센터인 어드밴스트 서지컬 파트너스에 수표를 전달하지 않았다. 대신 캘리포니아주 검찰청에 조사를 요청했다.
문제가 된 수술센터는 넬슨의 의료보험 플랜이 지정한 의료서비스 제공사 네트웍 속해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아웃-오브-네트웍(out-of-network) 병원이다. 이처럼 외부 진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 네트웍 가맹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때에 비해 의료수가가 높아진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30배에 가까운 진료비는 “말도 안 된다”는 게 넬슨의 주장이다.
의료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통원 수술센터들이 코페이와 디덕터블을 면제해 주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넬슨처럼 좋은 보험을 지닌 환자들을 끌어 모은 다음 네트웍 외부 진료라는 이유를 들어 보험사에 진료비 폭탄을 안겨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비평가들은 ‘세상물정’에 밝은 보험사들이 가끔씩 납득할 수 없는 청구액을 지급한 뒤 이를 보험료 인상의 근거로 활용한다고 귀띔한다.
올라갈 줄만 알지 내려올 줄 모르는 보험료를 정당화할 자료 확보 차원에서 바가지 의료비를 짐짓 눈감아 준다는 얘기다.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꼼수 투자’인 셈이다.
LA타임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블루쉴드는 8만4,800달러를 수술센터에 지급한 것은 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어드밴스트 서지컬 파트너스는 변호사를 통해 청구액이 지나치게 높았다고 시인했다.
전국적으로 일부 보험사들은 외래환자 센터들의 바가지 의료비 청구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형 보험사인 애트나의 계열 사업부는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수술센터들이 보험사에 2,000만달러 이상을 과도하게 청구했다며 이들을 제소했다.
유나이티드 헬스그룹도 캘리포니아에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고 뉴저지와 텍사스 등지에서도 법정공방이 펼쳐질 예정이다.
애트나는 캘리포니아의 한 수술센터의 경우 인-네트웍(in-network), 즉 해당 보험그릅에 속한 병원이 평균 7,612달러에 제공하는 담석제거 시술에 7만3,536달러를 청구했다. 네트웍에 속하지 않은 외부 병원이라는 이유로 진료비가 10배에 가까이 뛴 것이다.
수술센터들은 ‘의료비 괴담’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자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내시경 검사, 백내장 수술과 다른 통원 수술을 일반 병원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제공해 왔고 효율적인 진료로 헬스케어 경비를 줄이는데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자부하는데 네트웍 외부 진료를 둘러싼 진료비 과다청구 소동으로 애써 쌓아올린 깔끔한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는 투정이다. 수술센터들은 현재 전체 외래환자 수술의 40%를 담당한다.
넬슨이 주치의의 추천에 따라 무릎수술을 받기 위해 자신의 보험 네트웍에 속하지 않은 어드밴스트 서지컬 파트너스를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당시 수술센터 측은 넬슨에게 수술비용으로 블루쉴드가 제공하는 액수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녀의 보험 네트웍에 속하진 않았으나 의료수가는 보험플랜의 요율을 수락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물론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수술센터가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한 것은 아니다.
보험사인 블루쉴드는 수술센터의 예상과 달리 정상가의 30배에 가까운 진료비 청구를 몽땅 지불해 주었다. 당연히 ‘흥정’이 따를 것이라는 수술센터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넬슨은 블루쉴드에 “대응조치”를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
이에 대해 블루쉴드는 넬슨과 같은 교사들의 고용주인 롱비치 교육구와의 사이에 정해진 보험 플랜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청구서의 액수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롱비치 교육구는 자가보험에 가입돼 있다. 따라서 교육구가 교사들의 보험비용을 직접 부담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보험업무를 취급할 수도 처리할 능력도 없기 때문에 행정 처리를 위해 블루쉴드를 고용한 것이다.
물론 블루쉴드가 넬슨에게 보내준 8만4,800달러는 전액 교육구의 금고에서 나온 것이다.
보험사로서는 교육구가 정한 플랜 규정에 따라 사무적인 일만 처리해 주면 그만이다. 공연히 골치 아플 일도, 손해를 볼 일도 없다.
교육구가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보험플랜은 아웃-오브-네트웍 진료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센터를 찾아간 넬슨에게도 잘못이 없다.
롱비치 교육구는 교사들이 보험플랜 네트웍에 소속되지 않은 의사나 병원을 찾아갈 수 있도록 허용한 탓에 이번의 경우처럼 가끔씩 엄청난 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며 다음번 노사 협상에서 이 문제를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구액이 지나친 게 사실이라고 시인한 애드밴스트 서지컬 파트너스는 지난주 넬슨의 진료비를 1만5,000달러로 낮추기로 블루쉴드와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블루쉴드와 수술센터에 대한 감정을 풀지 못한 넬슨은 이참에 아예 끝장을 볼 작정이다. 그녀는 보험료가 눈이 튀어나오게 비싼 이유가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넬슨이 원하던 대로 가주 검찰청은 ‘바가지 진료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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