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톨 위고 원작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요사이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5백만 관객을 넘어섰고, (한국에서)책만도 15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레미제라블’은 이미 히트한 장쾌한 뮤지컬을 바탕으로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 등이 관객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데, 영화 덕분인지 ‘레미제라블’에 대한 내용도 관심의 촛점이 되고있다.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프랑스어로 비참하다는 뜻이다. 산다는 것은 Les Misérables… 어떤 의미에서는 저주와 축복, 동전의 양면이다. 인간은 태어났기에 비참함을 느낄 수 있고 기쁨도 느낄 수 있다.
태어났다는 것… 그것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산 자들만이 느끼는 선택적 축복이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항상 아름다운 것 만은 아니다. 죽는 순간까지 질병과 절망, 가난 등에 시달려야한다.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소외된 자와의 갈등은 또다른 반목… 인간 만이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비참함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인간의 삶을 통칭Les Misérables… ‘비참’하다고 규정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빅톨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은 그렇게 드라마틱하거나 긴장감 넘치는 소설은 아니다.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읽혀지지 않는, 한 마디로 재미없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고전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사실주의적 요소 때문일 것이다.
즉 삶의 맹점이라고나할까… 사회라고 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모임 동아리’가 사실은 얼마나 모순에 차 있는지를 치열하게 파헤치고 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장발장이라고 하는 (죄수 출신)도망자이다. 빵 한각을 훔친 죄 때문에 19년을 감옥살이했으며 탈옥 후에도 누명으로 쫓기는 신세로 살아간다.
장발장이 비참하게 된 것은 그가 비참하게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인간의 존엄성(사랑)…이 함께하는 또다른 법이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위고는 이러한 휴머니즘 하나를 전하기 위해 무려 5권에 달하는 장편 서사시를 완성, 당대 사실주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레미제라블’이 뮤지컬 탄생 25년만에 영화로 만들어져 대단한 히트를 기록 중이다. 먼저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영화에서 그 감동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로 본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못지 않은, 나름대로 영화만이 줄 수 있는 휴머니즘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배우 잭 휴먼이 연기한 장발장역도 괜찮고 장발장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형사 자베르(러셀 크로우) 의 연기도 주인공 못지 않다.(다소 어눌한 노래만 빼놓고) 코제트의 어머니 판틴(앤 해서웨이)이 부르는 (아이 드림 어 드림)에서는 영화임에도 감동의 박수가 터지고 짝사랑의 희생양 에포닌이 부르는 ‘On my own’(나홀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만 프랑스의 6월 봉기 장면이 가장 스펙터클하다. 동료의 시체를 넘고넘어 붉게 솟아오르는 깃발이 어딘가 섬뜩한… 볼세비키 혁명 등을 연상시키지만, 억눌린 가슴 한쪽을 후련하게 씻어내리는 승화의 맛이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레미제라블’은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작품이라기 보다는 억지로 다가간 작품이었다. 너무 유명했기에 소설로 읽고 뮤지컬도 보고 영화도 봤다. 소설은 지루했고, 뮤지컬은 ‘팬텀 오브 더 오페라’에 못 미쳤다. 영화도 다른 ‘명화’들에 비하면 그렇게 대단 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역사 속에서 퇴색되어 버린 혁명의 물결… 동화같은 휴머니즘… 이런 것들은 어딘가 낡은 잡지처럼 통속했다.
그럼에도 ‘레미제라블’이 안겨주는 한가지 주제… 그것은 위고의 치열한 예술혼 속에 녹아있는 인간애일 것이다. 2백여년 가까이 인류와 함께 해온 ‘레미제라블’의 존재감… 그 비참한 이야기가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닌, 너와 나의 (운명적) 이야기라는 것을 이번 영화의 열풍이 증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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