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니아 트웨인의 ‘Up!’은 2003 년 베스트셀링 앨범 가운데 하나다. 만약 트웨인이 10년 전 당신이 가장 좋아했던 가수였 다면 오늘 그녀 의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료를 얼마나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 트웨인이 2012년 12월 라스베가스의 시저스 팰리스에서 공 연하고 있다.
사람들은 평생 온갖 착각을 하면서 산다. 그 중 하나가‘시간이 지나도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허황된’ 믿음이다. 내 생각과 마음은 더 이상의 수정이 있을 수 없는‘완결판’이라는 착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완결 환상’(end of history
illusion)이라 부른다. 완결 환상은 평생 후회할 실수를 범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문신이다. 지금이야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신을 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그들의 현재 판단은 옳은 것이며 평생 변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 좋은 것은 영원히 좋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공들여 새겨 넣은 문신을 제거하기 위해 고통을 참아가며 레이저 시술을 받는 젊은이들이 흔하다. 완결 환상 탓에 사서 하는 고생이다.
결혼·문신 등 현재의 선호 이어질 거라 확신하나
결국 마음 바뀌어 이혼하고…레이저로 문신 제거…
감정의 가변성 무시해 똑같은 과오 반복하며 살아
결혼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감정이 기울었다 싶으면 곧바로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돌입한다. 내가 지금 좋아하고 선호하는 가치나 기준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현실적 사고는 폭염보다 뜨거운 사랑의 열기 앞에서 실종된다.
그러다보니 결혼증명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부부 간에 크고 작은 다툼이 일고 혹자는 일찌감치 관계의 ‘조기정리’에 들어가기도 한다. 가변적인 감정을 영구적인 개인적 진실로 받아들인 결과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55)도 완결 환상 속에서 살았다. 음악광이었던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수천개의 CD를 구입했다. 여기에 들어간 돈만도 족히 수만달러에 달한다. 그가 수집한 CD들은 아직도 그의 서재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지만, 주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지 오래다.
길버트는 “죽는 날까지 마일스 데이비스의 노래를 들으리라 확신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호와 취향이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수천개의 CD를 소장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취미와 친구를 영원히 변치 않고 좋아할 것”이라는 완결 환상의 부산물이었다.
길버트는‘ 저널 사이언스’ 1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사람들은 현재 그들이 인생의 어떤 단계에 처해 있건“ 앞으로 나는 변화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기한 것은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참 많이 변했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조차 그들의 성격과 가치, 구미 등이 앞으로는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사실이다.
완결 환상을 조사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자신의 가치관이나 성격, 취미 등에 대해 미리 밝히도록 한 후 10년 뒤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이 방법 대신 길버트는 단시간에 결론을 뽑아낼 수 있는 묘책을 고안했다.
그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박사 후 과정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조르드 쿼드바흐의 도움을 받아 총 1만9,000명에게 프랑스의 유명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러온 사람들에게는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등 일상적 기호라든지 성공, 안보 등 개인적 가치와 관련된 질문이 주어졌다. 이들에게 건네진 질문지에는 신실성과 정서적 안정성 등 개인의 성격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고안된 문항도 섞여 있었다.
길버트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현재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과 기호, 자신의 성격, 그리고 10년 후에 이같은 기호나 성격에 변화가 올 것이라 생각하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반면 두 번째 그룹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과거 10년간 그들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도록 요구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다음 각자의 질문지를 10년의 나이차를 보이는 사람들의 것과 맞춰 대조했다. 25세와 35세, 45세와 55세 등 나이차를 기준으로 짝지은 두 사람의 답변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사람들은 지나간 세월동안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앞으로도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런 성향은 젊은이들 사이에 특히 강했지만 전 연령층에 걸쳐 고루 나타났다.
보강 실험을 위해 길버트는 온라인으로 170명의 실험 참여자들을 추가로 모집해 두 그룹으로 분류한 뒤 한쪽 그룹의 멤버들에게 각자 자신이 현재 가장 좋아하는 밴드의 이름을 밝히도록 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질문은 해당 밴드가 앞으로 10년 뒤 공연을 할 경우 입장료로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그룹의 멤버들에게는 그들이 10년 전 열광했던 밴드가 오늘 공연을 한다면 입장료로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액수가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첫 번째 그룹은 현재 그들이 좋아하는 그룹이 10년 후에 공연한다면 평균 129달러의 입장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10년 전 좋아했던 그룹이 오늘 공연할 경우 입장료로 평균 80달러를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그룹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입장료는 무려 61%의 차이를 보였다.
첫 번째 그룹의 멤버들은 지금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좋아하리라는 완결 환상을 드러낸 반면 두 번째 그룹의 소속원들은 세월과 함께 기호와 성격, 가치 등에 변화가 온다는 현실적 진화를 보여주었다.
길버트는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가변성에 눈이 먼 상태이기 때문에 일생동안 숱한 실수를 범하게 되고, 큰 과오를 저지른 후에는 두고두고 이를 후회하면서 평생을 살아가곤 한다”며 완결 환상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하지만 자신이 앞으로 특정 사안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알고 싶다면 동일한 사안에 대한 주변인들의 반응을 살피면 된다.
길버트는 “누구나 자신을 특이하고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 인간이란 너나없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타인을 기준해서 나의 훗날 반응을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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