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포트만, 고교 올 A·하버드서 신경과학 등 공부
헤디 라마르, 미사일 관련 특허 소유했던 로켓 과학자
대니카 맥켈라, UCLA서 수학 전공·다수의 책도 출판
나탈리 포트만(31)은 요샛말로 ‘여신의 포스’를 지닌 여배우다.
청순발랄하면서도 지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는 영화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발레리나 역을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히 소화해 201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그녀는 ‘엄친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스펙’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교졸업 때까지의 성적표를 잡티가 전혀 없는 ‘올-A’로 깔끔하게 도배한 나탈리는 롱아일랜드 소재 명문 고교인 시오셋 하이스쿨 재학시절, 출전자격만 얻어도 ‘가문의 영광’이라는 ‘인텔 과학경시대회’에 쓰레기를 친환경적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방법을 연구한 프로젝트를 출품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밤잠을 줄이고, 주말은 물론 봄 방학과 여름 방학을 반납해 가며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수백시간을 투입했던 나탈리는 그 와중에서도 올-A 학점을 유지했고, 하이틴 배우로서의 명성도 흔들림 없이 관리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스’ 전편 3부작 시리즈에 퀸 아마다라 역으로 출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녀는 화려한 고교생활을 마감하고 하버드에 진학해 신경과학과 지적 진화론을 공부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스펙으로는 ‘대적불가’다. 한마디로 기죽이는 이력의 소유자다. 할리웃 최고의 ‘흥행 여배우’로 꼽히는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수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할리웃의 스타들 가운데에는 나탈리처럼 과학자로 명성을 날리는 숨은 ‘재주꾼’들이 더러 있다.
‘세계 최고의 미녀스타’로 꼽히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스트리아 태생의 여배우 헤디 라마르(Hedy Lamarr)의 ‘부업’은 로켓 과학자였다. 그녀는 미사일 유도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갖고 있다.
어뢰를 비롯한 미사일이 발사되면 상대 진영은 방해전파로 유도장치를 교란하려 든다. 라마르는 이런 교란신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주파수 도약’이라는 기술을 창안해 특허를 냈다. 1913년생인 라마르는 2000년 1월 타계했다.
대니카 맥켈라는 ‘원더 이어스’(Wonder Years), ‘웨스트 윙’(West Wing), ‘NYPD 블루’와 ‘영 저스티스’(Young Justice) 등 TV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UCLA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녀는 최고성적으로 졸업을 했으며 동료 학자와 함께 자장의 특정성격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정의(theorem)를 만들어냈다. 이 정의에는 그녀와 동료의 이름이 붙여졌다.
맥켈라는 ‘수학은 허당이 아니다’(Math Doesn’t Suck), ‘수학에 아부떨기’(Kiss My Math) 등의 책을 써냈다. 그녀의 책들은 베스트셀러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꽤나 인기를 모았다.
1990년대 틴에이저 스타 출신인 마임 비아릭도 UCLA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한 박사학위 소유자다.
어린이용 TV 시트콤인 ‘블라섬’(Blossom)에서 동명의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비아릭은 인기 TV 연속극 ‘빅 뱅 디어리(Big Bang Theory)에서는 신경생물학자이자 세균공포증에 사로잡힌 물리학자 역을 맡은 셸던 쿠퍼의 상대역으로 출연한다.
폭발적인 인기 속에 서로 다른 몇 편의 시리즈로 ‘분열’한 CSI를 비롯, 최근 TV 드라마의 대세가 사이언스 픽션 계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아릭과 같은 배경을 지닌 배우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진다.
전문적 과학지식이 전혀 없는 배우들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대본의 대사를 앵무새처럼 달달 외운다. 물론 대사를 읊조릴 때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TV가 만들어낸 가장 유명한 과학자는 ‘스타트랙’ 시리즈에서 Mr. 스포크의 캐릭터를 연기한 레오나드 니모이다. 하지만 그는 과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러나 Mr. 스포크와 스타트랙을 보며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실현한 왕년의 숱한 젊은 ‘시청자’들은 그를 진짜 과학자로 대접한다. 이들은 니모이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문용어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그들의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니모이에게는 처음 항해하는 새로운 은하계처럼 생소하기만 하다.
그럴 때마다 니모이는 “아,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 중인 것 같다”고 둘러댄다.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중”은 스타트랙에서 갑판장인 그가 입에 붙이고 다니던 대사다.
어찌 보면 연기와 과학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소유자들에게 어필한다. 세간의 관심과 팬의 열광을 원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을 즐긴다면 과학적 연구는 거의 틀림없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제 아무리 명성이 지자한 과학자라 해도 대중적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다. 자신이 몸담은 학계에서는 유명인이겠지만, 일반 대중은 그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헤디 라마르는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들이 “그 뒤쪽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 짓는 경향을 보인다고 불평한 적이 있었다. 사실 “얼굴이 예쁘면 머리가 비었다”거나 “금발미녀는 머리가 나쁘다”는 따위의 속설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라마르는 이를 ‘투사 이론’으로 설명했다. 대단한 미모를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넋을 잃게 되는데 이런 멍한 상태를 상대에게 투영해 마치 상대가 맹한 것처럼 생각한다는 ‘이론’이다. 일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발상 자체는 로켓 과학자답다.
나탈리 포트만의 성공은 명품 DNA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하버드에서 그녀를 지도하고 멘토 역을 담당한 애비가일 베어드는 자신의 수업을 듣던 학생 시절에도, 그 이후 연구실 조수로 일하던 시절에도 나탈리는 단 한 번도 프로젝트 시한의 연장을 요청한다든지, 변명을 늘어놓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단지 유전적으로 우수한 인자를 타고 난 것이 아니라 지독스러울 정도로 성실한 자세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데이빗 레터맨 토크쇼의 출연섭외가 들어오자 나탈리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워가며 자신에게 맡겨진 과제를 미리 완벽하게 처리해 두었다.
나탈리 포트만과 헤디 라마르, 대니카 멕켈라와 마임 비아릭처럼 ‘과학자의 두뇌를 지닌 미녀 배우’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인조인간’을 연상시키기에 족하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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