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총기난사사건 대비‘생존전략’기초훈련 실시
샌디에고 주립대에서 남가주 학교·경찰관계자들 대상
한 괴한이 총을 들고 기숙사로 침입하며 소리친다:
“다 죽여 버릴꺼야!” 공중에 총을 쏴대며 방문을 걷어차고 기숙사 복도를 휘젓는다.
기숙사 사감 등 관련자들은 훈련받았던 사항을 기억한다 :
전등을 꺼라.
방문을 의자와 책상으로 막아 바리케이드를 치고 바닥에 엎드려라.
범인이 문을 열려고 하면 전력을 다해 문을 밀어라.
너무 높은 층이 아니라면 창문을 통해 뛰어 내려라.
수차례 캠퍼스 참사 겪은 샌디에고 재발 방지에 부심
훈련강습, 금년부터 샌디에고 주립대 신입생 필수과목
지난 8일 샌디에고 주립대 기숙사는 ‘컬럼바인 고교, 버지니아 텍, 샌디훅 초등학교, 그리고 17년 전의 바로 이곳 샌디에고 주립대의 공과대학 건물’, 캠퍼스 총기난사 참극이 벌어졌던 현장들의 무대로 변했다.
남가주 전역의 칼리지와 고교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이틀간의 연수회 중 하이라이트인 실전 트레이닝, 타이틀도 섬뜩한 ‘난사범 액티브 대응훈련’의 장면이다.
강의와 토의, 가상 시나리오 등으로 이루어진 이번 프로그램은 몇 달 전부터 계획되어 온 것이었지만 20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26명이 숨진 지난달의 코넥티컷 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참사로 인해 이번 연수회의 분위기는 팽팽한 위기감이 역력하다.
‘리스폰스 옵션’이라는 텍사스 회사에서 파견된 트레이너 브렛 밴딕이 올메카 기숙사 학생들을 타겟으로 중무장하고 침입한 난사범 역할을 담당했다. 이 학교 기숙사 관계자들과 나머지 참석자들은 당황해 우왕좌왕하는 학생들 역을 맡았다.
이번 가을 학기부터 바로 이 기숙사 관계자들은 샌디에고 주립대 신입생 전원에게 캠퍼스 총기난사 사건 발생 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90분간의 강습을 하게 된다. 금년부터 신설된 필수 코스다.
새로운 필수 강습 외에도 이 대학은 캠퍼스 총기사건 발생에 대비한 이메일과 텍스트 메시지, 소셜미디어를 통한 비상시 경보체제를 이미 갖추고 있다.
‘리스폰스 옵션’의 강사인 케리 해리스는 생존 전략은 “로켓 과학이 아니다”라면서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에게 “할 수 있다면 도망치고, 해야 한다면 숨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맞서 싸우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번 트레이닝에는 샌디에고 카운티 북쪽 오렌지와 비스타, 에스콘디도 교육구 관계자들과 칼스테이트 샌디에고, 칼스테이트 LA, UC샌디에고, 유니버시티 오브 샌디에고 관계자들 및 경찰들이 참가했다.
샌디에고가 캠퍼스 총기사건에 특히 우려하는 이유가 있다.
맨 처음 미 전국의 관심을 부른 학교 총기사건 중 하나가 1979년 바로 샌디에고에서 발생했다. 16세짜리 여학생 브렌다 스펜서가 자기 집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라이플을 난사, 2명을 죽이고 9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총기를 난사하는 동안 한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스펜서가 한 말은 전 미국을 아연케 했다 - “난 월요일이 싫거든요” 종신형을 받은 스펜서는 현재 복역 중이다.
1996년엔 샌디에고 주립대에 재학 중인 한 대학원생이 공대 건물에서 자신의 담당교수 3명을 총으로 쏴 죽였다. 사형을 면하기 위해 유죄를 시인한 범인은 현재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2001년 샌디에고에선 2건의 고교 총격사건이 발생, 2명이 죽고 18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15세였던 한 사건의 범인은 현재 복역 중이고 18세였던 다른 사건의 범인은 복역 중 자살했다.
2010년엔 정신이상자인 한 남자가 칼스배드 초등학교에 담을 뛰어넘고 들어와 2명의 학생에게 부상을 입혔다. 공사 중이던 인부들에게 제압당해 체포된 그도 종신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2001년 사건 발생 무렵엔 학교총기사건에 대한 전국의 경찰 규정이 변경되었다. 종래처럼 스왓팀의 출동을 기다리는 대신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경찰이 즉각 대응하도록 한 것이다.
1999년 현지 경찰이 스왓팀 투입을 준비하는 동안 자살한 2명의 범인까지 포함하여 15명이 사망한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 이후 변경된 방침이다.
“컬럼바인 이후 스왓팀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고 샌디에고 통합경찰국 루터난트 조 플로렌티노는 말한다. 샌디에고 교육구는 200개 학교에 13만3,000명의 학생, 1만5,000명의 교직원을 가진 캘리포니아 제2위 규모이며 샌디에고 통합경찰국은 교육구 순찰을 위해 43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있다.
2001년 3월5일, 샌타나 고교에서 15세 학생이 총기를 난사했을 때 맨 처음 현장에 뛰어든 경찰관은 마침 비번으로 딸의 새 학기 등록을 위해 학교에 왔던 한 아버지였다. “총성이 나자 모두가 현장에서 도망치고 있을 때 그는 현장을 향해 달려갔다”고 샌디에고 경찰국은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컬럼바인 이후 경찰국에선 경찰들보다 훨씬 더 중무장한 범인 대처법 등에 대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에는 교도소 죄수폭동 진압 때나 사용되던 용어 ‘락다운(Lockdown 제재)’이 총기사건 발생시 학생들을 밖에 못 나가게 하고 교실 안에 남겨둔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경사항들은 일단 사건이 발생한 후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면서 플로렌티노 루터난트는 보다 좋은 전략은 위협이 될 만한 학생의 사전징후를 감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디에고 교육구는 소셜미디어에 위협 가능성을 가진 내용을 올린 학생이 있을 경우 즉시 경찰 및 카운슬러가 체크하도록 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누군가가 무언가 좀 이상한 말을 할 경우,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100%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조사합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아니까요”라고 플로렌티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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