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감기약은 효과가 거의 없다. 감기는 1주일 정도 지나면 체내 면역시스템의 작동으로 저절로 치유된다.
감기만큼 고약스런 돌림병도 없다. 무엇보다 자주 걸린다. 몇 차례를 앓아도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연간 총 10억번 정도 감기에 걸린다. 미국의 인구가 3억명이니 1인당 연평균 3차례 이상 고뿔에 걸린다는 얘기다. 거의 환절기마다 한 번씩 걸리는 셈이다. 워낙 많은 사람이 자주 걸리는 병이다 보니 약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감기약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뜻한 차·비타민C도 예방효과 전혀 없다고 밝혀져
노약자 경우엔 폐렴 등 합병증 위험 병원 가는 게 상책
가벼운 기침·콧물은 침입한 병균과 싸우는 신체 반응
처방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감기약은 수퍼마켓에서도 판매한다. 미국인들이 비처방 감기약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은 연 42억달러로 만만치가 않다. 요즘은 감기약보다 대체 치료법이 인기다. 지금은 대체 의약품에 들어가는 지출액이 일반 감기약 매출고를 넘어섰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모두 돈 낭비라는 사실이다. 감기약의 공공연한 비밀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감기약도 실질적인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거의 없다.
미 전염병협회의 대변인이자 의사인 아론 글라트는 “한마디로 말해 감기약은 맹탕”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험실 환경에서는 상당한 증상완화 효과를 보이는 감기약도 실전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한다.
뜨거운 차, 마늘과 치킨 수프 등 민간요업이 감기에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본격적인 연구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대형 의약품 업체들이 ‘돈 안 되는’ 민간요법 연구에 투자를 하지 않으려 들기 때문이다. 민간요법이 감기약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면 제약사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감기약이 외면을 당하기 때문이다.
소아과 전문의인 레이첼 브리만과 아론 캐롤은 “소비자들이 감기약을 구입하는 것은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없기 때문이지만 증세 호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대체요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캐롤은 “차를 마신다거나 따듯한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진다면, 그렇게 하라”고 권한다. 어차피 감기는 시간이 유일한 치료제다. 따라서 민간요업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면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감기는 1주일 정도 버티면 스스로 물러간다. 발병 2~3일 후 증상이 최고조에 이른 뒤 점차 회복모드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노약자의 경우는 폐렴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병원을 찾는 것이 상책이다.
일부 감기약은 효과가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다. 제약사들이 네 살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감기약과 기침약 판매를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감기환자들은 위약효과에 잘 넘어간다. 전혀 효과가 없는 가짜 감기약을 ‘명약’이라 속여 먹이면 3분의 1가량이 실제로 증상이 완화되는 경험을 한다.
감기약은 임상효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환자 개개인에게 자신의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 채점해 보라는 지극히 부정확한 측량법에 의존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제법 그럴듯한 연구결과인 듯싶지만 반복적인 결과를 내기 힘든 요행수일 때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코감기가 든 사람들이 자주 찾는 디컨제스턴트, 즉 충혈제거제다. 대부분의 충혈제거제는 실험실 환경에서는 대단한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 약품은 코 안의 확장된 혈관을 줄여주기 때문에 코가 막힌 듯한 느낌을 덜어준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기껏해야 ‘그저 그런 정도’다.
2007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디컨제스턴트를 한 차례 흡입하면 성인이 느끼는 코 막힘 증상을 6%가량 줄일 수 있다. 추가 흡입을 하면 평균 4% 정도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난다.
항히스타민 성분의 흡입용 충혈제거제가 그나마 안전하지만 이 역시 ‘뒤끝’이 있기 때문에 이틀이상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타민 C를 다량으로 복용하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반 상식’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것 역시 노벨상 수상자인 리누스 폴링이 퍼뜨린 ‘미신’에 불과하다.
노벨상 수상자가 제시한 ‘비방’이라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검사가 이뤄졌으나 결국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만1,000명을 대상으로 200밀리그램 이상의 비타민 C 정제를 복용토록 한 후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감기 예방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감기로부터의 평균 회복시간이 몇 시간 짧아졌을 뿐이다.
감기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대체의약품으로는 생약성분을 지닌 에키네이셔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실험 결과 에키네이셔(Echinacea)에는 소염 진통과 면역체계를 강화해 주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립보완대체의학연구센터(NCCAM)의 재정지원을 받아 실시된 조사는 에키네이셔의 실제 효과가 위약을 사용했을 때의 심리적 치유 효과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에키네이셔는 어린이들의 감기치료에 가장 자주 사용되는 보조제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부스럼을 일으킬 약간의 위험이 따른다.
최첨단 의학시대라고들 하지만 감기를 확실히 치료해 주는 약은 없다. 하지만 감기 예방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손을 자주 씻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이제까지 확인된 유일한 감기 예방법이다. 흡연은 기관지를 손상시켜 감기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만든다.
NCCAM의 프로그램 책임자인 웬디 웨버는 독감을 예방하는 유일한 상품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꼽았다.
독감은 2월에 최고조에 이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아두는 것이 좋다.
컨수머리포츠의 건강등급센터 디렉터인 존 산타는 심하지 않은 기침이나 콧물 등과 같은 일부 감기증상은 치료하려 들지 말고 놓아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외부에서 침입한 병균을 제거하려는 자연적인 신체 반응이기 때문이다.
기침이 나고 콧물이 흐르는 것은 면역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음을 뜻한다. 몸속으로 침입한 바이러스는 면역시스템과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도 상부에 몸 밖으로 제거해야 할 숱한 잔해가 생기게 된다. 기침과 콧물은 ‘전쟁 쓰레기’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정리작업인 셈이다.
인간의 몸은 분명 ‘신의 걸작품’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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