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을 여는 사람들 ❷
▶ LA 다운타운 꽃도매시장
LA 다운타운의 월스트릿을 따라 7가와 8가 사이에 있는 ‘LA 꽃도매시장’(Flower District)의 한인들은 매일 다운타운의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다. 꽃도매시장 한복판에 있는 5만스퀘어피트 규모의 LA 플라워마켓에 입주한 75개 점포 가운데 한인운영 점포가 11개로 한인 점유율이 15%에 이른다. 한인들은 LA 다운타운의 의류상가를 맨 주먹으로 일궜듯이 꽃도매시장도 특유의 근면함과 뚝심으로 개척해 가고 있다. 또한 월스트릿 길 서쪽의 샌피드로와 샌줄리안 길에도 꽃도매상가가 즐비하다. 총 10만스퀘어피트 규모에 달하는 LA 꽃도매시장에는 플라워마켓의 75개 도매상가를 포함, 모두 150여개 업소가 영업하고 있어 미 전국에서 최대 규모이다.
장미·난 등 전세계 공수 최대 규모
근면성 뛰어난 한인, 주역으로 부상
새벽 2시부터 소매상인들로 분주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뉴욕의 월스트릿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라면 LA의 월스트릿은 전 세계 꽃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새벽 2시에 문을 여는 LA 꽃도매시장은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꽃도매시장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꽃들로 금방 가득차면서 새벽부터 소매상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새벽같이 LAX에 도착하는 국제선을 타고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카네이션과 국화, 장미, 글라디올러스 등이 공수되고 케냐와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에서는 스타티스(Statice), 장미, 카네이션 등이 도착한다. 또한 지구 반대편 태국에서 난, 인도에서 장미, 터키에서 카네이션이 들어오는 등 꽃도매시장은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들어오는 꽃들의 전시회장으로 금방 화려한 변신을 한다.
LA 플라워마켓에서 현재 ‘플라워 샐러드’라는 꽃도매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스티브 김 사장은 부인 김영남씨와 함께 꽃향기에 도취되어 하루를 즐겁게 산다.
1980년에 도미해 샌타바바라에서 리커를 20년간 운영했던 김 사장은 2000년 LA로 이주해 코인런드리를 거쳐 지난 2005년부터 꽃도매상가를 인수, 운영하고 있다. 그는 “리커를 운영할 때보다 훨씬 생활에 활력이 있고 생기에 차서 하루를 보낸다”며 “꽃과 함께 하루를 보내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밝아진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새해소원은 지난해 3차례나 궤양성 대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네살배기 손녀 애브디양이 하루속히 완쾌되어 예전의 해맑은 미소를 되찾는 것이다.
현재 LA에서 가장 규모가 큰 꽃생산회사 멜라노사가 소유한 LA 플라워마켓에서 운영 중인 한인상가는 블로섬밸리, 키무라 플러스, 초이스 플라워스, C&K 도매, 테드스 에버그린, 밸룬스 어웨이, 트로피컬 USA, SOS, 패러다이스 가든스 등 11개에 이르며 7~8년 전부터 한인운영 꽃도매상가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이민온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꽃도매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멜라노사의 밥 멜라노 대표는 “LA 다운타운 꽃도매시장은 1920년대 이탈리아계부터 시작해 1940년대 일본계를 거쳐 최근에는 히스패닉과 한인들 중심으로 꽃시장의 주축이 점차 옮겨지고 있다”며 “한인들이 특유의 근면성과 축적된 자본력으로 점차 다운타운 꽃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60여개 한인꽃집 및 인근지역의 공급원
LA 한인타운과 세리토스, 사우스베이, 오렌지카운티 등에 소재한 남가주 전역의 한인 꽃집들은 꽃도매상가에서 하루에 팔 꽃들을 꼭두새벽에 샤핑해간다.
주로 이들이 방문하는 시간은 새벽 5시께부터 오전 8시사이로 원하는 꽃들을 뭉치로 매입하든가 혹은 경우에 따라서 한통째로 사기도 한다. 평균 300달러를 매입하는 데 보통 1,500달러정도까지 많이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라스베가스와 샌디에고 등 인근 각지의 한인 소매상들이 다운타운 꽃도매시장에서 꽃을 사간다. 현재 한인타운에는 꽃집과 화원 등 60여개 관련업체가 참여하는 미주한인 화훼협회가 결성되어 있는데 이들이 주요 고객이다.
주로 꽃의 대목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연시에는 포인세티아,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장미, 마더스 데이에는 난이 많이 팔리고 있다. 매일 아침 꽃을 매입하기 위해 꽃도매상가를 찾는 ‘올림픽 타운 꽃집’의 김혜욱 사장은 “꽃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묘한 마력이 있다”며 “꽃집을 운영하다보니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20년동안 꽃 비즈니스에 몸담아 온 멜라노사의 한인담당 이진성 매니저는 “꽃 비즈니스 운영의 장점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족 비즈니스의 성격을 띠게되고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자녀픽업하기도 좋아 미국생활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LA 플라워마켓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오전 2시부터 오전 11시까지, 화, 목, 토요일 오전 5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영업하며 일반 고객들은 오전 8시부터 입장할 수 있고 월~금요일 2달러, 토요일에는 1달러의 입장료가 부과된다.
운동장처럼 넓은 LA 플라워마켓은 매일 수백여 종류의 수백만 송이 꽃의 향기로 가득찬다. 꽃도매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소매꽃집 외에도 웨딩 및 이벤트 플래너, 아티스트, 미술가는 물론 일반 고객들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LA 꽃도매시장’에는 이와 비슷한 규모의 꽃 관련 부자재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이곳에서 장식용 트리는 물론, 화분, 꽃병 등 꽃 관련 부자재를 구입할 수 있다.
LA 꽃도매시장의 도매상가를 운영하는 한인들과 남가주 지역의 한인꽃집 주인들은 계사년 새해에는 제발 경기가 회복되어 꽃집 경기도 오랜만에 활짝 피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글 박흥률·사진 장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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