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 고 언체인드 (Django Unchained) ★★★★½(5개 만점)
▶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 koreatimes.com
닥터 킹 슐츠 (크리스토퍼 월 츠·왼쪽)와 쟁 고(제이미 팍스) 가 지명수배자 를 찾아 마을에 나타났다.
고독자 건맨 프랑코 네로(이 영화에 캐미오로 나온다)가 관에 기관총을 넣고 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적을 쏴 죽이는 스파게티 웨스턴‘ 쟁고’에서 제목을 빌려온 퀜틴 타란티노(각본 겸)의 유혈낭자하고 피 비린내 나고 폭력적이며 배꼽 빠지게끔 우스운 스파게티 웨스턴에 바치는 헌사.
화면에 버켓으로 쏟아 붓는 시뻘건 피와 함께 잔인하고 새디스틱한 장면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깔깔대고 웃게 되는 미 노예제에 대한 강렬한 비판을 담은 도덕극이자 액션이 콩 튀듯 하는 복수극이요 버디 무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무엇보다도 끈질긴 사랑의 영화로 노예에서 해방돼 바운티 헌터가 된 흑인 건맨 쟁고가 노예인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가는 오디세이다. 그의 긴 여정에 동반하는 백인 건맨과의 우정이 아름답고 실팍하게 묘사되는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쟁고가 단신으로 수십 명의 건맨들과 장시간의 혈전을 벌이면서 완전히 보는 사람의 감관이 유린되다시피 한다. 무지무지하게 끔찍하지만 또한 무지무지하게 재미있다. 상영시간 165분.
처음에 마차를 타고 다니는 치과의사로 위장한 독일 태생의 바운티 헌터 닥터킹 슐츠(크리스토프 월츠-교활한 신사 킬러 역을 기막히게 잘해 영화를 완전히 혼자 말아먹다시피 한다)가 노예시장으로 끌려가는 쟁고(제이미 팍스)를 구해 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킹은 쟁고를 자기 조수로 삼는다.
쟁고는 아내 힐디(케리 워싱턴)와 함께 남부 농장으로부터 탈출을 하다가 붙잡혀 모진 채찍질을 당한 뒤 각기 따로 팔렸다. 힐디의 풀네임은 브룸힐다 폰 샤프트로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바그너의 오페라 ‘링’ 사이클의 원전인 옛 독일 전설을 약간 빌려 썼다.
공정하나 악인에게는 인정사정없는 명사수인 킹은 쟁고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사냥 사업을 가르치고 아울러 사격술도 가르쳐주면서 쟁고를 온전히 독립할 수 있는 바운티 헌터로 키운다. 흑인이 백인을 사살하고 돈을 버는 거꾸로 역사가 이뤄진다.
둘이 힐디가 노예로 있는 캔디랜드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한데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서브플롯이 구성된다. 그 중에서도 ‘빅대디’ (단 존슨)의 대농장에서의 에피소드가 매우 우스운데 이 곳을 방문, 일을 본 뒤 떠난 킹과 쟁고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졸개들과 함께 백두건을 쓰고 쫓아온 ‘빅 대디’와 졸개들 간의 두건에 대한 논란은 인종차별 주의자들을 어릿광대로 만들어 조롱하는 하나의 풍자 스케치다.
마침내 킹과 쟁고는 간교하고 잔인하고 뱀처럼 미끈미끈한 캘빈 캔디(말끔히 차려 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담배로 누레진 이빨을 보이면서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연기를 한다)가 경영하는 캔디랜드에 도착한다. 여기서 킹과 쟁고는 힐디를 캘빈으로부터 매입할 계획을 짜나 영리하고 간사하며 같은 흑인을 백인처럼 차별하는 캘빈의 늙은 하인 스티븐(새뮤얼 L. 잭슨이 역시 뛰어난 연기를 한다)에 의해 들통이 나면서 쟁고는 붙잡혀 광산으로 이송된다. 쟁고를 운반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타란티노.
그러나 도중에 쟁고는 기지를 발휘해 탈출, 힐디를 구출하기 위해 캔디랜드로되돌아가면서 유혈이 낭자하고 총성과 비명소리가 화면을 찢어발긴다. 월츠와 디카프리오 그리고 잭슨의 연기가 팍스의 그것을 압도한다. 촬영과 음악도 좋다.
R. Weinstein.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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