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 아래인 동생의 돐사진이니까 나는 세살이겠다. 돐상 받은 동생옆에 깨끼저고리를 입은 내가 앉아 입을 꼭 물고 야무진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날, 나는 모두가 정신없이 부산을 떨며 나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동생만 얼르고 챙기는 게 화났던 거다.
그래서 뭔지는 뭘라도 그게 제법 차려입을 때 입는 옷인 것으로 알고 나도 이쁜 옷 입을꺼야, 하며 내가 챙겨입었던 기억이 또렸이 난다. 잔치가 다 끝나고 언니들이 ‘쟤가 자기도 차려 입는다고 깨끼저고리 꺼내입고 지가 먼저 가서 앉았어.’ 하며 어른들 앞에서 내게 손가락질을 했다.
억을한 건 난데 왜 내가 놀림 당하며 수치심을 느껴야하는 건가 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방어할 아무 힘이 없는 것에 깊은 무력감만 느꼈었던 게 또렸이 기억난다. 세살 먹은 어린애가 수치감, 억울함, 무력감을 느끼냐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내가 생생히 기억하는 것 보면 아주 어린애도 어른들에 못지 않은 자의식은 분명 있다.
박완서의 글 안에는 참으로 깊이 있고 성숙한 여인들이 많이 나온다. 우선, 그의 할머니. 어렸을 때 아무리 어린 아이의 밥상이라해도 남은 밥으로 아무렇게나 차려내지 못하게 했단다. 그러면서 어린애들 밥상을 그렇게 차려주면 골이 비게 된다나. 아마도 세상에 골빈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걸 보면 어렸을 때 소중한 대접을 받지 못한 탓이 분명하다.
박완서의 어머니는 과부로 외아들을 소중하게 키웠는데 그 아들이 폐병 앓는 여자를 아내로 들이자 자식이 사랑하는 여자라고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온갖 시중을 지극정성으로 들었단다.
또 육이오때 이북으로 끌려가 행불이 되었을 때는 아는 이를 만나면 어떻게 해서든지 한 끼 드시고 가도록 권 해 양식이 모자라 걱정하는 박완서와 그분의 올케가 양식 아까와 안달을 하면 내 자식이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해있을지 모르는 판에 내가 어느 누구의 귀인이 안되주면서 어떻게 내 자식이 귀인을 만나기를 바라겠냐고 해 할말이 없었단다.
사람은 끼리끼리 만난다고 덕이 있는 분들의 영향아래 자란 이는 시어머니도 그렇게 만나는 건지 박완서는 딸을 내리 넷을 낳았는데 시어머니는 한번도 타박 하지 않고 ‘금을 주면 바꾸랴, 은을 주면 바꾸랴,’ 하고 안고 업고 얼르시며 손녀들을 키워주셨단다.
박완서의 명성이나 그에 따른 재물 같은 게 부러운 게 아니라 그런 어른분들 밑에서 존중받으며 자라 타인을 존중하며 일생을 살수 있었다는 게 정말 부럽다. 좋은 이들과 만나 너그럽고 감사하며 살수 있는 인생보다 더 풍요한 인생이 어디 있으랴.
크리스마스가 며칠 안남았는데 커네티컷에서 어느 젊은 이가 엄마를 죽이고 엄마가 선생으로 가르치던 학교엘 쫒아가 유치원 아이들을 스무명이나 쏘아 죽였다. 당사자가 세상 사람이 아니니 사정은 알수없다. 그러나 분명 모두가 불행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성경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어린 아이래도 인격을 존중하고 인내를 갖고 기다려주며 화내지 말고 찬찬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행복하지 못한 어른들은 자신의 불행감에 그럴 여유를 갖지 못한다.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되어 남에게도 너그러울수 있어지는 건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자식은 결코 내 소유가 아니라는 점. 하느님이 잠시 맡겨준 하느님의 자식임을 늘 잊지 말아야겠다. 천사가 된 아이들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희들의 생명이 치룬 값으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이 세상에 생기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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