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오늘 제가 사형을 당하면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릴 것은 저로 인해 살해당한 허 대위 부부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며 용서를 청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살해당한 분들의 유가족들에게도 너무나 죄송하며 저의 과거 잔인한 범행을 참으로 뉘우치며 또한 용서와 사과를 빕니다. “
그간에 교도소 생활을 통해 저를 위해 수고해 주셨든 여러 관계 요원들과 교도소 소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마음 깊은데 까지 우리 주 예수님을 뿌리내리게 해주셨든 앞에 계시는 정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신부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로서 저의 과거의 모든 잘못을 말끔히 청산하고 그토록 가고 싶어 기다려 왔던 주님의 나라로 아무런 미련 없이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라고 부드럽고 조용한 음성으로 마지막 말을 남겼다. 형장을 꽉 메운 관계요원들은 숨을 죽인 듯이 스티븐의 마지막 말을 듣고 있었다.
한 가지 마지막 절차가 남았다. 바로 천주교 신부로서 마지막 가는 스티븐을 위한 종교적인 절차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수갑이 채워진 채 형틀 의자에 앉아 있는 스티븐에게 바싹 다가갔다. 나의 귀를 스티븐의 입에 바싹 되고 스티븐의 마지막 고백성사를 들었다. 그리고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영해드렸다.
또한 스티븐의 이마와 양손에 성유를 바르는 병자성사를 집행한 후 스티븐과 사형장을 꽉 메운 관계요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오늘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스티븐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주님의 나라로 가는 날입니다. 주 예수님은 당신의 나라인 천국에서 두 팔을 활짝 벌려 천국으로 입장하는 스티븐을 환영하면서 포옹하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십니다. 마지막 스티븐의 죽음을 지켜보고 계시는 관계요원 여러분들과 저도 언젠가는 스티븐의 뒤를 따라 분명히 가는 날이 옵니다. 단지 스티븐이 우리들 보다 먼저 떠나는 것뿐입니다. 서 스티븐이 보여주신 영웅적인 용기와 용광로 같이 이글거리는 뜨거운 스티븐의 강한 신앙에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깊은 감동과 감명을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스티븐 천국나라로 편안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하고 간단한 강론을 했다. 거리고 나서 나는 스티븐의 머리를 나의 가슴에 묻고 눈물겹도록 간절한 마지막 축복을 드렸다.
모든 절차는 끝났고 교도관이 가지고 있는 삼베자루로 머리에서 턱 밑까지 완전히 덮어씌운 후 두 교도관이 스티븐의 양팔을 들어 스티븐이 앉은 의자를 치우고 다시 마루 위에 앉힌다. 그리고 천장에 고정된 밧줄의 올가미를 스티븐의 목에 걸은 후 뒤에서 고정된 돌쩌귀를 당기면 돌쩌귀가 풀리면서 그의 몸무게로 인해 아래 텅 빈 공간으로 떨어지는 순간 밧줄에 매달려 즉시 사망했다. 대구 동산병원에서 온 안과의사는 서 스티븐이 사망하자마자 스티븐의 두 안구를 축출했다.
서 스티븐의 형 집행과 더불어 오늘 5명의 사형수가 30분 간격으로 형이 모두 집행되었다. 사형장에서 마지막으로 스티븐의 형 집행을 지켜본 관계요원들이 모두 사형장 밖을 나오면서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한다.
교도소가 생긴 이래 서 스티븐처럼 한마디 반항도 없이 자기 죽음을 완전히 잊은 채 어린 양처럼 온전하게 받아들인 사례는 교도소 역사상 처음이라고 다들 서 스티븐의 죽음을 심히 안타까워하는 표정들이었다. 나를 둘러싸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나의 말에 계속 경청을 하고 있다.
37년 전 스티븐이 교도소에서 사형을 당하기전 스티븐을 위해 주님께 매달리다시피 기도한 것이 생각난다. 즉 스티븐이 생사가 교차되는 극한적인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본의 아니게 주님을 배신한다 하더라도 주님의 무한한 자비로 스티븐을 불쌍히 여기시어 스티븐의 영혼을 외면하지 마시고 주님 나라로 불러들여 주소서 하고 혼신을 다해 기도했던 그 때가 새롭게 기억된다.
내가 노파심에 스티븐이 만에 하나라도 지극히 어려운 상황을 순간적으로 견딜 수가 없어서 주님을 배신할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기도했지만 우리 주님은 나의 염려를 천 배 만 배로 보상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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