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비 충당 위해 시신기증 넘쳐
값싼 합판으로 만든 관 사용 급증
관리비 못내 묘지퇴거 갈수록 늘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마리아 크리스티나 리베로는 요즘 자신이 죽은 뒤 시신을 의학 연구용으로 기증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53세인 실직한 간호사 리베로의 시신기증은 과학 발전이라는 거창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가족에게 장례비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최근 스페인에서 장례비를 아끼기 위해 의학 연구용으로 시신을 기증하거나 합판으로 만든 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위기가 오래 계속되면서 ‘죽음의 풍경’마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스페인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나 줄었다. 10월 마지막 주에는 사망자가 1명뿐이었다. 이는 1960년부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이다. 개솔린 값을 아끼려 차를 몰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 덕이다.
사망자가 감소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가난으로 인해 사회가 곳곳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바르셀로나 의과대학의 경우 올해 들어 시신 기증자 수가 1,500명으로 작년에 비해 25%나 늘었다. 일부 의과대학에선 시신 보관용 냉동고가 부족할 정도다.
교회에서 나눠주는 식료품을 받기 위한 대열에 서 있던 리베로는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삶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리베로는 면역결핍증이라는 희귀질환에 걸린 16세 난 딸의 수술비 9,000 유로가 필요한 상황이다.
월세를 못내 살던 집에서 쫓겨나 자살하는 사람들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누워 있던 묘지에서 퇴거당하는 죽은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마조르카 지역의 손 발렌티 공동묘지의 경우 연간 10.5유로인 관리비를 장기 체납한 묘지주가 6,200명에 이른다. 곳곳의 묘지에 5년 이상 체납된 묘의 경우 가족 동의 없이도 이장 처리할 수 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여러 세대 조상들이 각각 매장된 묘 자리를 없애고 화장한 유골분을 한 자리에 모시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 경제 컨설턴트는 가족 묘터로 사놓은 10만 유로짜리 묘 자리를 팔았다.
스페인 최대 장의업체인 그루포 메모라의 에두아르도 비달 사장은 통상적인 장례비용은 약 3,000유로인데 근년엔 가격이 싼 합판관을 사용하는 등 1,000유로짜리 장의 서비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비달 사장은 대금을 할부로 처리하는 사람이 40%나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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