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광영 신부/가톨릭 SF 대교구
▶ 사형수 서 스티븐의 이야기 (4)
사형이 집행되는 형장으로 드디어 스티븐이 들어선다. 형장내의 분위기는 극도로 저조하며 무겁고 차가운 긴장감이 감도는 공포의 분이기가 형장 실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고 나는 마치 강한 추위로 인해 한기를 느끼는 것처럼 몸이 덜덜 떨린다. 나를 포함한 이미 사형장을 꽉 메운 관계요원들의 시선들이 일제히 스티븐의 양팔을 낀 두 교도관의 안내를 받으면서 사형장을 들어서는 사형수 스티븐을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아 어쩌면 저렇게 조용하고 평화롭고 천진한 자세로 사형장에 들어 올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티븐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고압선 전류에 감전이나 된 것처럼 나의 정신은 혼미 상태에 빠지는 것같이 엄청난 충격을 경험한 순간이다. 왜냐하면 스티븐의 눈이 나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그는 깨끗하고 순박한 티 없는 미소를 내게 짓지 않는가. 내가 스티븐을 매주 1번씩 약 2년 5개월 정도 만났는데 그는 나를 만날 때 마다 말 대신 입가에 빙그레 웃는 미소로 나를 반겨왔다.
말이 없는 과묵한 성격이었고 점점 어린애 같이 순진하고 순박한 때 묻지 않은 시골 청년처럼 스티븐의 변화되는 모습을 나는 스티븐을 만날 때 마다 마음으로 읽을 수가 있었다. 오늘 스티븐이 곧 사형을 당하는 형장에 들어서면서도 평소 나를 만날 때 마다 빙그레 미소를 짓는 똑같은 미소로서 도리어 극도로 긴장되어 어쩔 줄 모르는 나를 위로하고 안심시키는 것 같다.
주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의 부족한 기도를 주님은 분명히 들어 주셔서 스티븐의 마음을 본인 스스로 이토록 용감하고 태연하게 관리하도록 도와주신 주님의 사랑과 능력에 너무나 감사 합니다 하고 연속 중얼중얼하면서 형장에서 진행되는 절차를 지켜보고 있었다. 형장에 들어선 스티븐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 온 어린양처럼 교도소 소장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본인이 곧 사형당할 것을 완전히 잊은 것같이 양순하게 행동을 한다.
물론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지만 교도소 소장이 마지막으로 스티븐이 과거 범한 끔찍한 살인범행을 다시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한다. 그리고 교도소 소장이 스티븐에 묻길 어떻게 해서 본인의 두 눈을 기증했느냐고 물을 때 스티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저는 세상을 떠날 때 저의 건강한 두 눈을 기증하려고 약 3개월 전에 앞에 앉아 계시는 정 신부님과 저의 두 눈 기증에 대해서 의논을 한 바가 있습니다. 앞 못 보는 장님이 나의 눈으로 인해 볼 수가 있다면 저로서는 그지없는 기쁨이지요." 하고 말을 한다.
대구 동산병원 안과 의사가 스티븐의 건강한 두 개의 안구를 축출하려고 이미 와 있다. 실은 스티븐이 약 3개월 전에 본인의 안구 기증에 대한 의사를 나에게 밝혔다. 스티븐의 놀라운 용기와 믿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에게 자기 몸의 일부를 주어서라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너무나 장하고 훌륭한 생각에 나 역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스티븐의 너무나 장한 믿음과 결단에 나로서는 말 할 수없이 크게 환영하는 바이지만 이 중대한 일은 본인의 완전한 자유의사로 결정하길 바란다. 나는 스티븐의 결정에 조금이라고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 본인이 그간에 쌓아 온 귀중한 믿음의 중심에 계시는 예수님 앞에서 기도하는 가운데 자유로이 결정하길 바란다고 나는 조언했을 뿐이었다. 교도소 소장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고 스티븐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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